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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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국제다큐영화제, 이스라엘 특별전 취소한 까닭

D.H.Jung 2014. 8. 1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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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의 현명한 선택, 희망과 공존 취지 살렸다

 

결국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는 애초에 계획되어 있던 이스라엘 특별전과 콘퍼런스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 역시 받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과 민간인 대량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와중에, 이스라엘 특별전을 한다는 것이 도의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맞지 않는다며 김조광수 감독, 박문칠 감독, 김일곤 감독 등 영화인 129명이 EIDF 보이콧을 선언한 것에 대한 EIDF 측의 화답이다.

 

'EIDF(사진출처:EBS)'

이스라엘 특별전은 이번 중동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부터 기획되어 왔던 것으로 갑자기 불거진 사안 때문에 EIDF측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 대사관이 EIDF를 공식후원한다는 사실은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스라엘 특별전 행사는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과는 무관하게 진행되어 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콘텐츠 강국이다. 지난 4월에 열린 세계방송프로그램의 최대 시장인 MIPTV에서도 단연 주목받은 건 이스라엘의 콘텐츠들이었다.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또 세계 시장에 팔려나가는 이스라엘의 콘텐츠 위상을 생각해보면 이번 특별전 행사가 특별한 다른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콘텐츠 자체가 이유가 됐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콧 선언까지 나오고 또 EIDF가 특별전과 콘퍼런스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게 된 것은 이러한 콘텐츠 강국으로서의 이스라엘이 부각되고 있는 한편으로 그들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저지르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은 가려진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이번 특별전에 상영하기로 했던 <히틀러의 아이들> 같은 경우만 봐도 그렇다. 히틀러의 지휘 아래 악명 높은 범죄를 저질렀던 이들의 후손들을 추적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핍박받았던 이스라엘의 면모만을 보여줄 뿐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학살자로서의 이미지를 가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EIDF의 슬로건은 희망과 공존이다. 그래서 약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지구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을 모색하는 다큐멘터리들이 다수 상영될 예정이다. 예고편 트레일러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다큐멘터리가 휴머니즘을 그 기조에 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런 좋은 취지의 좋은 영화제가 이스라엘 특별전 같은 시의적절치 못한 이벤트로 오점을 남긴다는 건 그간 EIDF라는 영화제가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EIDF는 영화인들과 끝없이 소통하면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특별전 취소 결정은 그 자체로도 EIDF가 어떤 영화제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 되었다. 벌써 11회를 맞고 있는 EIDF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계의 다양성과 인간의 발견을 꾸준히 모색해온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이어진 신뢰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이번 영화제는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