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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에어시티’, 이륙중인가 착륙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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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을 들인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에어시티’라는 비행기는 8회를 보낸 지금 여전히 이륙중인가, 아니면 이미 이륙한 상태로 착륙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 ‘에어시티’는 기획에 있어서 남다르다 할 정도로 참신한 드라마임에 분명하지만, 그 빛나는(?) 기획을 50%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에어시티’가 가진 서 말의 구슬
드라마 사상 유일무이한 소재인 공항은 이 드라마가 일단 한 점 먹고 들어가는 가장 큰 요인이다. 공항은 나라와 나라의 경계이며, 그 경계에서 파일럿과 스튜어디스를 비롯하여 의사를 포함한 공항 직원들과 외교부, 검찰, 경찰, 국정원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활동하는 특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명씩 캐릭터를 잡는다고 해도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공항이란 공간은 일단 기본적으로 그림이 된다.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끝없이 활주로가 펼쳐져 있다. 이 공간에 석양이 지거나 비가 오거나 햇살이 쏟아지는 장면은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 그림이 된다. 그리고 아무리 뭐라 해도 그 공간 위를 뛰어다니는 주인공은 이정재와 최지우다. 이 멋진 배우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공항이란 이국적 풍경 속에 세워놓기만 해도 괜찮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이점을 갖고 있는 에어시티의 시청률은 왜 좀체 반등하지 않는 것일까. 드라마의 배경과 주연배우들의 면면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걸 제대로 받쳐주는 스토리가 없는 한, 무용지물이라는 걸 ‘에어시티’는 말해주는 것 같다. 배경과 다양한 캐릭터들을 엮는 굵직한 메인 스토리가 꿰어지지 않자 공항이란 ‘서말의 구슬’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어시티’란 비행기 하강하는 이유
김지성(이정재)의 국정원 스토리와 한도경(최지우)의 공항이야기는 도입 부분에서 사건을 통해 엮어지지만 그 사건이 2회만에 일단락되면서 마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설명처럼 처리된다. 3회부터 이어지는 본격적인 이 두 주인공의 멜로 라인은 그런 혐의를 더 짙게 만든다.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한도경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건 좋은 시도지만, 그것이 ‘에어시티’라는 전체 스토리와 어떤 연관을 가지는 지는 발견하기 어렵다.

‘에어시티’가 만일 ‘그레이 아나토미’같은 매 편의 에피소드를 끊어 가는 드라마라면 ‘버드 스트라이크’에피소드는 괜찮은 것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에어시티’는 ‘그레이 아나토미’와는 장르가 다르다. 긴박감 있는 스토리 전개가 없는 한, 국정원과 공항이란 소재는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졌다 할 수 없다. ‘히트’의 초반부에서 문제로 지적되었던 짧은 에피소드로 끊어 가는 드라마 진행은 ‘에어시티’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도입부분에 살해당한 동료 영재에 대한 김지성(이정재)의 복수심은 2회 정도를 넘기면서 에피소드로 끊어지고, 멜로 라인이 가동되자 긴박감을 잃어버린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스토리를 엮어 가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여기에는 국정원이라는 존재의 무게감이 한 몫을 차지한다. 아무리 문제가 어렵게 보여도 “찾았답니다!”하는 멘트 하나면 쉽게 풀려버리는 국정원의 무소불위의 모습은 드라마의 맥을 풀어버린다. 찾기 전에 무언가 찾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찾았을 때의 해방감을 시청자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항이란 공간에서 직접 촬영된다는 점은 장점이면서 단점이 된다. 장점은 아무래도 그 현장감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일 테지만, 단점은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제약도 따른다는 점이다. 세트를 만들어 공항이란 공간과 병렬적으로 촬영을 한다면 좀더 다채로운 스토리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에어시티’가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것은 한도경의 위기가 시작되고 김지성과 강하준(이진욱)이 공항을 벗어나 홍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하자 조금씩 하강하던 ‘에어시티’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것. 홍콩 에피소드는 ‘에어시티’가 가야될 몇 가지 항로를 제시해준다. 먼저 드라마에 아무리 멜로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확고한 적이 필요하다는 것. 홍콩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적의 모습은 주인공들의 관계에도 더 절절한 느낌을 만들어주었다.

강하준의 홍콩 에피소드 투입은 캐릭터 상 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어필했다는 걸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김지성과 한도경의 캐릭터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강하준의 좌충우돌이 더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또한 공항을 다루는 드라마라고 해서 공항에만 스토리가 머물 필요는 없다는 것도 홍콩 에피소드는 말해준다. 공항을 배경이 아닌 소재로 다루는 것이라면 좀더 디테일한 공항의 이면을 비출 필요가 있다. 만일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라면 굳이 공항에 얽매이지 말고 공항을 클라이맥스의 장소로 잡고 다양한 현장에서의 사건들을 공항으로 몰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공항이 자꾸 배경으로만 다루어지게 되면 스토리와 소재가 자꾸 엇나가게 되고 그것은 결국 그 위에 서 있는 캐릭터마저 매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최초로 다루어지는 공항이란 소재를 다루는 ‘에어시티’. 공항에 국정원 같은 배경과 두 한류 스타의 출연 같은 무게감이 그 이륙을 짓누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나친 부담감을 털어 내고 한 가지 에피소드라도 질깃질깃하게 붙들고 늘어지는 뒷심을 보여준다면 더 높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히트’에서 뒤늦은 발동이 가져온 아쉬움이 ‘에어시티’에서도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