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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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의 행보, 아이스버킷처럼 번질 순 없나

D.H.Jung 2014. 8. 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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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환우만큼 세월호 가족도 껴안을 순 없을까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우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릴레이 이벤트다. SNS를 타고 세계로 번져가는 이 행사에 우리네 연예인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참여하고 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또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을 세상에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는 이벤트에 연예인들도 동참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고 또 박수 받을 일이다.

 

'사진출처:김장훈 페이스북'

물론 과도한 연예인 홍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본래 취지와 의미는 퇴색된 채 자기 홍보나 프로그램 홍보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어차피 이처럼 자발성을 요하는 행사라면 저마다의 목적성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홍보성도 이해 못할 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건, 이 행사 자체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지금 이 릴레이 행사가 즐겁게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채 쓰러져 나가고 있다는 현실 때문일 게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상황이다. 가장 오랫동안 단식을 이어온 유민아빠는 지난 21일 쓰러져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이런 상황이니 루게릭병 환우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의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연예인들이 줄줄이 동참하는 것을 그저 즐겁게만 바라보기 힘든 것일 게다.

 

연예인이 사회운동에 동참할 때 가장 큰 것이 그 파급력이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더 주목되는 위치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다. 광화문에서 유민아빠와 함께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김장훈의 행보는 그 연예인의 사회참여가 발휘하는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광화문에 나가기 전까지 우리는 부끄럽게도 단 몇 달 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를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김장훈이 거기 서게 되면서 그 곳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아픔이 다시 세상을 향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같이 할테니 힘내시라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그랬더니”, “우리장훈씨 내가 짜장면 한그릇 꼭 사준다고 했다는 김장훈이 남긴 유민아빠에 대한 페이스북의 이야기는 그 어떤 외침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장훈이 말하듯, ‘우리장훈씨짜장면이라는 말이 아프면서도 따뜻한그 느낌을 먹먹하게 전해준다.

 

아이스버킷 행사에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건 그 자체로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의미 있는 행사마저 불편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건 세월호 참사가 남긴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이고, 그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그저 덮으려고만 하는 책임자들의 책임 없는 행동들 때문일 것이다. 당장 우리 앞에 놓여진 암담한 현실이 좋은 행사에 즐겁게 참여할 수만은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장훈의 행보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들어 있지 않다. 그것은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그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리를 원하고 있을 뿐이다. 김장훈이 얘기하듯 유민아빠가 원하는 건 보상도 아니고 하야도 아니다. 그 요구란 살만한 나라에서 살고 싶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일 뿐이다. 아이스버킷 릴레이가 루게릭병 환우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뜻 깊은 행사라면, 우리 모두에게 당면과제로 다가오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김장훈은 단식을 하면서 제일 생각나는 노래가 시인과 촌장이 부른 좋은 나라라는 곡이라고 했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우리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서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김장훈의 의로운 행보가 그 좋은 나라를 위한 또 다른 아이스버킷릴레이로 이어지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