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섬마을 혜나가 보여준 아이의 순수함
육아예능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니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한 매력도 점점 퇴색되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방송이 뭔지도 잘 몰라 그 어색함이 순수한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차츰 방송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적응하기 마련이다. 언젠가부터 TV에 나오는 아이들이 그저 평범한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때때로 작은 방송인 같다는 인상을 갖게 되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1박2일>이 선유도라는 작은 섬에서 만난 혜나라는 아이가 유독 눈에 띄는 건 진짜 때 묻지 않은 아이의 모습이 바로 거기서 비로소 보였기 때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군산에서 ‘자연’이라는 주제로 자유여행을 하게 된 김준호와 차태현은 빌린 오토바이를 타고 망주봉이라는 곳을 찾다가 우연히 평상에 앉아있는 세 자매를 발견한다. 김준호는 대뜸 “얘들이 너희 여기 살아? 놀러왔어?”하고 물으며 망주봉을 물어본다. “너희 천사날개 어딘지 알아? 알잖아.” 하지만 모른다고 고개를 젓는 세 자매에게 김준호가 슬그머니 농담을 던진다. “혹시 너희가 천사 아니야?”
평상에 아예 누워버린 김준호가 그 중 가장 막내로 보이는 혜나에게 몇 살이냐고 묻자 혜나는 다섯 살이라고 말한다. 개그 욕심이 발동한 김준호가 “나는 마흔 살이야. 너보다 35살 많아 까불지마. 시집갔어? 안 갔어?”라고 계속 웃기려 하지만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가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줍은 세 자매의 모습은 영락없는 섬 마을 순수한 아이의 표정들이다.
카메라와 사진조차 아이들에게는 낯선 것이었을 게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언니의 품에 얼굴을 묻고 빼꼼히 쳐다보는 아이들의 그 순박함에 김준호와 차태현도 한껏 즐거워졌을 것이다. ‘선유8경을 넘은 순수미’라는 제작진의 자막이 걸맞는 모습들. 이내 조금 친해진 듯 조심스럽게 마음을 연 혜나가 차태현에게 걸레를 던지며 “야 걸레 먹어!”라고 장난을 치자 김준호가 재밌게 먹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내가 까불지 말라 그랬지?”하고 김준호가 짐짓 다그치는 표정으로 과장되게 말하자 혜나는 지지 않고 “까불거예요.”라며 혀를 낼름 내민다. 애와 이기려고 이상한 표정을 다 지어가며 용을 쓰는 김준호에게 아이들은 또 해보라고 말한다. 그러자 김준호가 아이들을 웃기려고 그렇게 했던 마음이 슬쩍 드러난다. “정말 심심했구나. 너네...”
소박한 옷을 입은 섬마을 소녀들과 헤어져 섬의 명물인 등대를 돌고 점심을 먹으러간 자리. ‘딸부자 횟집’이라는 이름이 이색적으로 들어온 김준호가 “딸이 어딨어요?”라고 묻자 “저기서 촬영 안하셨어요?”라고 말하며 다섯 살 혜나를 빼닮은 엄마가 얼굴을 내민다. 그제야 이름도 안 가르쳐준 그 아이의 이름이 혜나라는 걸 안 김준호는 “큰 애는 경계를 하고 막내는 우리를 가지고 놀았어요”라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나타난 혜나. 반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깜찍하게 등장한 혜나에게 차태현이 “혜나 이제 다음번에 TV에 나오는 거야. TV 나와도 돼?”라고 묻자 혜나는 “네!”라며 수줍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신기하고 궁금했는지 “테레비가 언제 나와요?”하고 묻는다. 방송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왔을 혜나다. 카메라보고 엄마한테 제일 갖고 싶은 거 영상편지 쓰라는 김준호의 말에 혜나는 머뭇머뭇하더니 차태현을 가리킨다. 영락없는 아이의 순수한 영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소박한 티셔츠에 꾸밈없는 모습으로 섬마을의 평상에 앉아 있든, 아니면 연예인처럼 차려 입고 으리으리한 집에 앉아 있든 아이는 아이일 것이다. 그 순수함이 어디로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다 그렇게 화려함 속에 있는 것처럼 비춰주는 건 또 다른 왜곡이 아닐까. <1박2일>이 선유도에서 살짝 보여준 섬마을 아이 혜나가 유독 마음 한 가득 푸근함을 주었던 건 그 아이가 진짜 우리네 이웃 같은 순박함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1박2일>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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