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가 공유하는 청춘을 담아낸 <꽃보다> 시리즈
지나와서 생각해보면 나영석 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시리즈는 놀라운 면이 많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이 시리즈가 다양한 세대와 성별을 배낭여행이라는 실험대 위에 집어넣었지만 거기서 ‘청춘’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일관되게 발견하게 했다는 점이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먼저 <꽃보다 할배>를 떠올려보라. 이 칠순의 어르신들이 유럽에서 배낭여행을 통해 발견한 건 ‘청춘’이라는 시절에 대한 새삼스런 찬미였다. 홀로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이에게 “존경합니다”라고 신구가 말했을 때 우리는 모두 그 마음에 공감했다. 청춘은 특정 나이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나이 들어도 누구나의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라는 걸 <꽃보다 할배>의 어르신들은 보여주었다.
<꽃보다 누나>에서도 이 청춘은 어디서나 발견된다. 이승기라는 청년은 누나들의 보호를 받으며 차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세파에 휘둘려 잠시 잊고 있던 누나들의 젊은 날들을 되살려 놓았다. 성당에 들어가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김희애는 거기서 세월이 주는 무게감과 그럴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젊은 날의 찬란함을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를 거쳐 나영석 PD는 이제 이 프로젝트의 귀결지인 ‘청춘’으로 돌아왔다. <꽃보다 청춘>은 그래서 먼저 윤상, 유희열, 이적을 출연시켜 중년남자들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소년을 끄집어낸다. 현실이 발목을 죄고 있어 저 가슴 속 아래 고개 숙인 채 제 존재를 숨기고 있던 소년이라는 청춘은 그래서 돌발적인 일상 탈출을 통해 마음껏 그 얼굴을 드러냈다. 잊고 있던 청춘에 대한 복원. 중년 3인방의 <꽃보다 청춘>이 우리에게 건넨 이야기다.
그리고 이어진 진짜 청년들의 청춘여행, 유연석, 손호준, 바로의 <꽃보다 청춘>은 거칠 것 없는 청춘이라는 시간의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 고민할 것도 없고 갈등할 것도 없으며 다만 부딪치고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그 청춘만의 특권적인 좌충우돌을 이 여행은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꽃보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지금껏 봐온 시청자라면 이 흐름이 마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걸 눈치 챘을 것이다. 어르신들과 중년과 청년들은 그렇게 시간의 역순으로 청춘을 찾아간다. 그것은 마치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듯한 그 시간의 흐름에 대한 본능적인 역행을 닮아 있다.
과연 나영석 PD는 처음부터 이 <꽃보다> 시리즈의 전체 흐름, 즉 어르신에서부터 청년으로 내려오는 그 흐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일까. 만일 이것이 그가 숨겨놓았던 기획의도라면 <꽃보다> 시리즈가 가진 놀라움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과연 어느 누가 배낭여행이라는 소재를 갖고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세대별로 발견해내는 실험을 감행할 수 있단 말인가.
세대와 성별과 상황이 모두 달라도 그것이 <꽃보다> 시리즈 하나로 묶여질 수 있었던 건 실로 거기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실감하면서, 나영석 PD의 기획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것이 만일 우연적인 것이었다면, 새삼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가진 힘을 거기서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꽃보다> 시리즈는 따로인 듯 하나로 엮어지는 나영석 PD만의 통일성 있는 시리즈가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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