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과 나영석이라 가능했던 <삼시세끼>의 재미
왜 tvN <삼시세끼>는 시작 전부터 이서진이 그렇게 나영석 PD에게 으르렁댔을까. 이서진은 심지어 첫 회에 <삼시세끼>를 ‘망한 프로’라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다. 이서진이 이렇게까지 ‘망했다’는 연발하면 할수록 프로그램은 점점 재미있어진다는 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역설이 가능해질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서진은 나영석 PD와 만나 <꽃보다 할배> 때 나왔던 ‘요리왕’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한다고 말하자 대뜸 “그걸 한다고?”라고 반문했다. 씨앗을 나눠주며 싹을 틔워오라는 사전 미션도 “관심도 없어 난”이라고 일축했고 심지어 어머니에게 맡겨 키우기도 했다. 첫 날 그들이 앞으로 1년을 지내야할 강원도 정선을 가는 길에서도 그의 투덜댐은 멈추지 않았다.
이서진은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까도남’ 혹은 ‘차도남’이었다. 그런데 <꽃보다 할배>에서도 살짝 드러났듯이 그렇게 까칠하고 투덜대면서도 또 할 건 다 하는(심지어 결과물까지 괜찮은) 그런 인물이다. 바로 이 지점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면 ‘까도남’의 농부 되기가 될 것이다. 사실 시골이나 농촌이라고 말하면 막연한 환상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건 말 그대로 환상일 뿐 실제로 농사일을 해보면 고된 노동으로 “왜 우리가 이러고 있지?”라며 헛웃음이 나오는 게 다반사일 것이다. <삼시세끼>는 바로 그 도시인들이 생각하는 환상으로서의 시골이 아니라, 진짜 노동의 공간으로서의 시골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서진의 투덜댐과 까칠함은 이런 게 다 귀찮을 수밖에 없는 도시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여전히 귀찮지만 조금씩 적응해가고 변해가는 그의 모습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이란 키워드는 그래서 <삼시세끼>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첫 시작을 ‘한 알의 씨앗’을 싹 틔우는 것으로 한다는 것은 그런 의도일 것이다.
한편 투덜대지만 뭐든 척척 해결해내는 이서진과 상반되게 그와 함께 이 고된 농촌생활을 할 옥택연은 늘 성실하게 뭔가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못하는 허당 캐릭터다. 그러니 여기서 이서진과의 괜찮은 조합이 만들어진다. 그의 성과 없는 성실성과 뭘 아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헛똑똑이인 사실은 이서진을 더 버겁게 만들면서 두 사람을 진짜 형제 같은 관계로 만들어낸다. 투덜대면서 동생을 보살피려는 이서진과 그 투덜대는 형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는 착한 동생. 그 두 사람의 ‘참 좋은(?) 시절’이 그려지는 것.
여기서 나영석 PD는 계속해서 이서진을 위한답시고 버거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윤여정과 최화정의 방문은 그래서 그 ‘참 좋은(?) 시절’의 완성으로 이어진다. 시골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한 윤여정은 “나영석 PD는 사기꾼”이라고 말했고, 최화정은 “이건 재미도 없어”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런데 이들의 이 불편함은 곧 이어 나영석 PD의 수수 농사 빚 거래로 성사된 고기파티로 잠시간의 시골 생활의 로망으로 변모한다. 즉 불편하고 귀찮은 그 상황이 있기 때문에 작은 즐거움조차 크게 느껴진다는 것. 이서진의 투덜댐은 그래서 앞으로 전개될 그의 작은 변화에서조차 큰 울림으로 다가오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몇 차례 함께 예능을 해온 나영석 PD와 이서진은 한 마디로 ‘환상의 커플’이다. 나영석 PD는 끊임없이 이서진을 골탕 먹이려는 듯 힘겨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이서진은 여기에 만만찮게 저항하는 모습을 통해 <삼시세끼>라는 어찌 보면 느슨해질 수 있는 농촌 버라이어티에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실로 이서진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프로젝트다. 그걸 또 <꽃보다 할배> 때부터 기막히게 포착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나영석 PD가 아니었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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