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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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대상, 아직도 스타MC들에게 줘야할까

D.H.Jung 2014. 12. 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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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파워에서 콘텐츠 파워로 돌아선 현재, 연예대상의 딜레마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몇 가지가 떠오른다. 그 첫 번째는 나영석 PD가 만들었던 tvN <꽃보다 청춘><삼시세끼>. 나영석 PD는 올 한 해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족족 연달아 히트를 치는 이례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두 번째는 외국인 예능 트렌드를 연 JTBC <비정상회담>이다. 호사다마라고 잘 나가는 만큼 논란도 무수히 쏟아졌다. 기미가요 논란에 이어 에네스 카야의 총각행세 논란이 지금도 뜨겁다. 하지만 논란이 뜨겁다고 프로그램이 거둔 성과까지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이렇게 먼저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떠오르는 것처럼, 올 한 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큰 성과나 시도를 보이지 못했다. 이미 브랜드가 확실한 MBC <무한도전>이나 KBS <12>이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는 것과, 베끼기라고 비판받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원조 육아예능인 MBC <아빠 어디가>와의 경쟁에서 오히려 앞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것. SBS <정글의 법칙>이 화제성은 떨어졌어도 일관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일관되게 가져왔다는 게 지상파 예능의 성과라면 성과다.

 

이렇게 되다보니 연말 연예대상을 치러야 하는 지상파 3사는 애매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뚜렷한 성과가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가, <무한도전>이나 <12> 같은 이미 이전부터 사랑받아왔던 프로그램들이 수상을 하게 될 경우 시상식이 자칫 그 나물에 그 밥같은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상식은 자칫 그 방송사의 올해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걸 자인하는 느낌마저 줄 수 있다. 벌써부터 유재석 밖에 상줄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상줄 사람이 없는상황보다 더 심각한 건 올 들어 바뀐 예능의 트렌드다. 즉 스타 MC 중심으로 흐르던 과거의 예능 트렌드가 올해는 거의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유재석이니 강호동, 신동엽, 김병만 같은 스타 MC들의 활약이 시상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올해는 스타 MC가 있다고 해도 그걸 만들어내는 PD나 작가의 파워가 없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들이 투입된 프로그램의 추락을 통해 알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유재석은 KBS <나는 남자다>를 성공시킬 수 없었고, 강호동은 MBC <별바라기>, KBS <우리동네 예체능> 그 무엇도 성공이라 말할 수 없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사실상 지상파가 올해 고전하고 비지상파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도 알고 보면 이러한 스타MC 파워가 약해지고 콘텐츠 파워가 강해진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지상파는 여전히 스타MC에 투자함으로써 추락의 길을 걸었고, 비지상파는 환경 상 스타 PD나 작가에 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콘텐츠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다면 나영석 PD가 만드는 tvN <삼시세끼>를 만일 시상한다면 누구에게 상을 줘야 할까. 이서진도 대상이 되겠지만 단연 그걸 만든 나영석 PD에게 상이 가는 게 정상적일 것이다. <삼시세끼> 같은 관찰카메라의 진짜 파워는 그걸 만들어내는 제작진의 섬세한 관찰과 발견,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타 MC에 기대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대신 주목받는 건 스타 PD. 그만큼 누가 나오느냐보다 누가 만드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그러니 이렇게 변화된 예능 트렌드 속에서라면 응당 연예대상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스타 MC가 상을 받아가고도 대중들이 그다지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아니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MBC <아빠 어디가>처럼 아이들에게 상을 주기가 애매한 그런 상황들은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도 불을 보듯 뻔히 보게 될 장면들이다. 무언가 새로운 형식의 쇼를 보여주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달라진 예능 트렌드에 맞게 시상에도 변화를 주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