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보좌관이 매니저로 활동하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
“정말 이따위로 자기들 좋을 대로만 편집해서 비난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송일국의 부인 정승연 판사는 남편의 어머니인 김을동 의원의 보좌관이 남편의 매니저 활동을 병행했다는 논란에 다소 강한 표현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논란이 나온 것은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이 마치 이 매니저 활동을 하는 비용으로 쓰인 것처럼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정승연 판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본래 이 보좌관은 김을동 의원의 인턴으로 한류 관련 조사를 해왔다는 것. 그런데 송일국이 드라마 촬영을 하던 중 매니저가 그만 두게 돼서 잠시 알바를 시키게 됐고 물론 그 알바비는 송일국의 사비로 충당했다는 것.
정승연 판사는 이 해명의 글에서 판사답게 법적인 부분들을 세세하게 다루었다. “공무원이면 겸직금지가 문제가 돼 국회에 문의를 해보니 이 친구는 정식 보좌관이 아니라 인턴에 불과해 공무원이 아니고 겸직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식의 해명이 그렇다. 결국 이 인턴 보좌관은 국회에서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송일국의 매니저 알바를 해오다 정식 매니저로 채용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명에도 남는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고, 송일국의 매니저에게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것도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의원 보좌관(인턴이라도 보좌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이 매니저 일을 겸한다는 게 쉽게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 보좌관의 업무와 매니저의 업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김을동 의원의 인턴이기 때문에 매니저 업무를 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권력의 사유화’가 논란의 쟁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해명의 글은 아마도 좀 더 순화되었거나 아니면 서민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첫 문장에 들어간 ‘이따위’라는 표현은 도발처럼 여겨지고, “인턴에 불과해”라는 표현이나 중간에 “알바비는 당연히 우리 남편이 전부 지급했다”라는 말에 가로가 쳐져 부연 설명된 “알바생에 불과했으니 4대보험따위 물론 내주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위화감마저 느껴진다.
이 해명 글 속에 들어있는 두 개의 ‘따위’라는 표현이 몹시도 거슬리게 다가오는 건 그것이 마치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알바생에 불과”했다는 표현이 그렇고 “4대보험따위”라는 표현도 그렇다. 거기에는 알바생을 보는 낮은 시선이 담겨있다. 게다가 법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도 한 달에 60시간 이상 근로를 제공하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가. 서민들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라고 4대 보험 따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에 분통을 터트리는 입장이다.
즉 이 해명의 글은 법적인 해명은 되었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겨진 서민들에 대한 태도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재점화시켰다. 물론 이 글은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된 글이 아니라 그녀의 지인들에게만 공개된 글이다. 이 글이 이렇게 공개된 건 임윤선 변호사가 “믿고픈 것과 사실은 다르다. 까고 파도 사실만 까길”이라는 글과 함께 정씨의 페이스북 글을 캡쳐해 올리면서 알려진 것이다.
즉 어찌 보면 지인들 사이에만 토로된 글일 뿐 애초부터 대중들에게 공개적인 해명을 하기 위한 글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자칫 감정적으로만 읽힐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해버린 임윤선 변호사의 행동이 적절했다 여겨지지 않는 면이 있다. 그렇지만 바로 이렇게 지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감정적인 이야기들이 어쩌면 더 진실에 가까울 거라는 점이 더 논란을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소박하고 털털한 이미지의 가족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내용은 자칫 그것이 보여지는 이미지에 불과하고 서민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진면목을 살짝 드러내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따위”라는 말은 마치 가족드라마에서 신분을 운운하며 결혼을 반대하는 “너 따위가 감히”라는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 때 느껴지는 도발과 불편함. 이것이 정씨가 ‘이따위’로 재점화 시킨 논란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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