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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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와 '펀치', 세상을 바꾸는 내부 고발자들

D.H.Jung 2015. 1. 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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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진경의 개과천선 왜 <펀치>를 닮았을까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와 월화드라마 <펀치>를 보다보면 그 유사한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피노키오>는 언론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이고, <펀치>는 법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다. 물론 소재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 이야기의 전개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 배경이 되고 있는 정치, 언론, 법은 같은 드라마인 것처럼 똑같다.

 

'피노키오(사진출처:SBS)'

<피노키오>에서 언론은 대기업 회장과 결탁해 여론조작을 일삼으며, 그 대기업 회장은 그 위에 정치인과 맞닿아 있다. 이 커넥션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양으로 고통 받는다. 기하명(이종석)과 최인하(박신혜)는 이 커넥션을 폭로하고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막고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피노키오>가 그나마 어떤 풍자를 섞어 약간의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면, <펀치>는 쉴 틈 없는 진지함과 무게감으로 법 정의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권력 투쟁만이 남은 현실을 두드려 댄다. <펀치>의 이태준(조재현) 총장이나 윤지숙(최명길) 법무부 장관은 그 과정에서 결탁된 언론들을 움직여 여론을 조작한다. 그들과 맞서 박정환(김래원)과 신하경(김아중)은 그들의 결탁을 밝혀내려 한다. <피노키오>와 다른 얘기 같아도 주인공의 관점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이 두 드라마에서 내부고발자가 가진 파괴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펀치>의 박정환은 이태준을 검찰총장으로 세운 인물로서 그를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 마음을 바꾼 내부고발자다. <피노키오>의 송차옥(진경) 부장은 대기업 회장인 박로사(김해숙)와 결탁한 부패언론인이었지만 딸 최인하로 인해 개과천선해 오히려 내부고발자로 나선다. 박정환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이태준 총장을 감옥에 보내려 하고, 송차옥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 박로사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려 한다.

 

작년 <개과천선>이라는 드라마도 잘 살펴보면 이 구조와 다르지 않다. 그것은 정치-언론-법이라는 커넥션에서 변호사의 입장을 통해 들여다본 <펀치><피노키오>의 현실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서도 김석주(김명민)라는 내부고발자가 등장한다. 그는 권력자들에게 붙어 그들의 죄를 덮는 역할을 해온 인물이지만 드라마 제목처럼 어떤 계기를 만나 개과천선하면서 오히려 이들과 싸워나간다.

 

드라마에서 내부고발자가 더 힘을 발휘하고 오히려 현실적이라 여겨지는 건 선악 구도가 그다지 리얼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착한 이들이 나쁜 놈들과 싸워 이기기에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펀치>가 보여주는 것처럼 나쁜 놈덜 나쁜 놈이 맞붙는 형국이 훨씬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펀치>의 박정환이 내가 살아왔던 세계의 방식으로 더 나쁜 놈들과 맞서는 장면이나, <피노키오>의 송차옥이 박로사가 취할 일련의 방식들을 모두 꿰면서 거기에 맞는 대처방식을 얘기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통쾌하면서도 현실감을 만든다.

 

드라마 속 내부고발자들이 해결사로 등장하는 이 상황은 씁쓸한 현실을 담아낸다. 시스템 바깥에서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스템 안을 경험한 이들만이 그들과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현실이다. 최근 대한항공 사태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들 드라마들의 커넥션 구조가 꽤나 현실감이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해준 사건이 되었다. 박창진 사무장을 위시한 대한항공 전현직 사원들의 내부고발은 이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끄집어낸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들 덕분이라는 걸 드라마도 현실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