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2>, <삼시세끼>와는 다른 관전포인트
<인간의 조건2>는 시즌1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일단 출연자의 면면이 다르다. 시즌1은 물론 후반에 와서 살짝 달라졌지만 본래 개그맨들이 주축이었다. 프로그램의 애초 기획 또한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이 시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시작되었다. <개그콘서트>가 무대 위를 비췄다면, <인간의 조건>은 그 무대 아래를 비춰졌던 리얼 버라이어티였던 셈이다.
'인간의 조건2(사진출처:KBS)'
<인간의 조건2>는 이 개그맨이라는 자원 대신, 은지원이라는 예능 고수와 봉태규라는 관찰 카메라에 잘 적응하는 인물을 중심에, 맏형으로 윤상현을, 엉뚱한 캐릭터로 허태희를 그리고 귀엽고 예의바른 막내 현우와 김재영을 각각 세웠다. 은지원과 봉태규는 <오늘부터 출근>이라는 예능을 통해 친분이 있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그 관계가 낯설다.
게다가 <인간의 조건2>는 시즌1과는 달리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낯선 시골에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그 황토집은 거죽(?)만 있을 뿐, 뭐 하나 갖춰진 게 없는 살풍경한 보금자리다. 그냥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그 집에서 이들은 이른바 ‘5無라이프’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자가용, 인터넷, 돈, 쓰레기, 휴대전화 없는 삶. 시즌1에서 각각 하나의 미션으로 수행했던 것들을 시즌2는 아예 묶어놓은 셈이다.
도시에서 벗어난 삶의 양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삼시세끼>를 닮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사실 <인간의 조건2>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삼시세끼>는 말 그대로 ‘키워 먹는’ 유기농 라이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2>는 농사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생존’과 ‘실험’의 의미가 더 강하다.
도시 생활에서 일상이 되어버린 차, 인터넷, 돈, 쓰레기, 휴대전화 없이 거죽만 있는 낯선 집에서 ‘생존하기’가 그 첫 번째이고, 그 생존을 통해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도시의 삶을 반추하는 ‘실험’이 그 두 번째다. 그래서 <인간의 조건2>는 <삼시세끼>보다는 뉴욕의 한 창고 같은 집에서 살아남기를 보여줬던 이지원 PD의 <도시의 법칙>을 더 닮아 있다.
물론 <인간의 조건2>의 재미는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없는 삶’의 실험이 만들어내는 출연자들의 변화에서 나온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은 집에서 발견한 군고구마 통을 어떻게든 집안에 넣기 위해 연통을 이리 잇고 저리 잇는 모습이나, 배고픔에 토스트 한 개에도 민감해지는 출연자들, 그리고 차츰 적응이 되어가며 집안을 꾸미기도 하고 심지어 알까기 같은 놀이를 찾기도 하는 변화는 우스우면서도 흥미롭다.
그 실험의 과정에서 마치 형제들처럼 점점 끈끈해지는 관계는 <1박2일>을 그대로 닮았다. 봉태규는 그 관계의 중심에 서 있다. 차가운 겨울 땅을 파 냉장고(?)를 만들려는 봉태규는 맏형 윤상현의 ‘비효율적’이라는 말 한 마디로 속상해하지만 바로 그런 부딪침과 갈등은 이들 사이를 점점 가족처럼 만들어내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여전히 악동 같은 은지원을 향한 브로맨스에 가까운 모습도 그렇고, 동생들의 끼니를 묵묵히 챙기는 엄마 같은 모습의 봉태규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관계의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즉 <인간의 조건2>에는 꽤 많은 예능의 유전자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삼시세끼>의 유전자도 보이지만, <도시의 법칙>이나 <1박2일>의 유전자 또한 발견된다. 이것은 아마도 예능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 것도 없는 낯선 곳의 황토집에서 차츰 진화해가는 출연자들의 면면처럼 예능도 이제는 이런 저런 경험의 유전자들이 하나로 모여 새로움을 구성해내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인간의 조건2>는 진화와 성장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1과는 차별된다. 이 황토집은 조금씩 변화해가며 사람 사는 온기를 채워나갈 것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출연자들 역시 생존에서 나아가 ‘없는 생활’을 즐기는 단계로 나아가지 않을까. 물론 없어서 새롭게 발견되는 삶의 또 다른 본질은 <인간의 조건2>가 시즌1으로부터 그대로 이어받은 진화의 방향이다. 이 진화의 예능은 과연 어떤 과정과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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