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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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웃찾사', 부활을 기대하는 까닭

D.H.Jung 2015. 1. 3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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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의 힘, 낮은 시선으로 가능해진 신랄함

 

요즘 <웃찾사>가 뜨겁다. 한때는 <개그콘서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대중들의 관심을 받던 개그프로그램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여러 차례 편성변경으로 시간대를 옮기면서 프로그램의 존재감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런데 금요일 밤에 자리한 후 꾸준히 코너들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면서 <웃찾사>의 존재감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웃찾사(사진출처:SBS)'

안시우라는 개그맨을 스타덤으로 올린 배우고 싶어요라는 코너는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입에 붙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사실 코너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그 테니스가 배우고 싶어요. 테니스...”하며 무한 반복되는 안시우의 멘트를 박자를 맞춰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입으로 옮겨 붙는 이 중독성에 놀라게 된다. 이것은 거의 후크송 수준이다.

 

의미 없는 대사의 반복 같지만 신발, 신발, 바지, 바지, , tennis, 테니스!”라고 따라하게 만드는 이 코너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왜일까. SBS 이창태 예능국장은 그 원인을 오히려 지독한 현실에서 찾는다. “너무 복잡하고 답답한 현실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잊고 무언가에 빠져버리고 싶은 욕구를 이 코너가 자극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코너는 안시우라는 인물을 제대로 캐릭터화한 데서 그 힘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마치 과거 심형래나 이창훈의 명맥을 잊는 신세대 바보 캐릭터 같은 느낌을 준다.

 

배우고 싶어요가 현실을 잊게 만들어준다면, ‘뿌리 없는 나무는 그 현실을 끄집어내 신랄한 풍자로 보여줌으로써 주목받는 코너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아 위엄이 없는 목소리가 고민인 왕으로 등장하는 남호연은 약간은 덜 떨어진 척 하면서도 대중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인물이다. 더 위엄이 있어 보이는 신하들에 의해 주눅 든 왕의 모습은 그 자체로 권력을 해체시키는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준다.

 

왕은 무능한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나쁜 인물은 아니다. 대신 갑질하는 캐릭터로 등장해 왕의 질타를 받는 인물은 중전 장다운이다. “돈보다 귀한 열정페이를 줬다고 중전이 말하자 정도전 도전천곡 나가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라고 던지는 왕의 비판은 듣는 이들의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중전이 갑이라고 하자 갑은 갑이지 아주 꼴갑이지라고 하는 왕의 대사도 그렇다. 갑질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 대중들이 느끼는 그 갑갑증을 이 코너는 속시원히 풀어내주고 있다.

 

한편 기묘한 이야기같은 코너는 전형적인 공감개그의 형태를 띠고 있다. 특정한 상황에 대한 공감에서 묻어나는 웃음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제일 좋은 노래로 알람 맞췄는데 그 노래가 제일 싫어졌다기묘하죠?”하고 묻는 식이다. 회사에서 커피 타라고 해서 회사 때려 치고는 나와서 바리스타가 됐다는 한 여직원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현실에서 발견하는 기묘한 순간들을 이 코너가 얼마나 잘 포착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뭐라구?’라는 코너는 MBC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프로그램이 사라져 <웃찾사>로 들어온 최국이 새로 시작한 개그로 역시 프로다운 기량을 보여줬다. 이 코너는 끊임없이 황당한 거짓말을 해대는 현실에 대해 믿을 수 없다며 뭐라구?”하고 자꾸만 되묻는 것이 그 형식이다. 붕어빵 장사 하다가 소송에 걸렸다는 유남석이 붕어빵에서 가시가 나왔다는 얘기를 하자 뭐라구?”하고 반복해서 되묻는 최국의 모습이 큰 웃음을 준다. 이 코너에는 절묘한 말 개그와 더불어 거짓말하는 현실에 대한 공감도 함께 끌어간다는 점에서 향후가 더욱 기대되고 주목된다.

 

역시 가장 뜨거운 건 현실에 대해 직설적인 풍자를 가하는 ‘LTE뉴스.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을 얘기하며 정부가 소홀한 이유는 내 아이가 아니다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나, “편안한 미국행을 위해 견과류와 비즈니스석이 필요할 때입니다처럼 은근히 대한항공 사태를 풍자하는 대목에서는 역시 ‘LTE뉴스답다는 얘기가 나온다.

 

항간에는 <개콘>보다 <웃찾사>가 더 뜨겁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콘>은 어딘지 자꾸만 패턴화되어 돌아가는 느낌이 강하고, 현실 공감이나 풍자면에서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이제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되면서 <개콘>이 할 수 있는 코너가 오히려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반향이나 책임은 <개콘>이 옿려 움츠러들게 된 이유다.

 

반면 <웃찾사>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감 없는 현실 공감과 풍자가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개그 코너 하나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네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어쨌든 주춤하고 있는 <개콘><웃찾사>라는 경쟁자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러한 경쟁의식은 결국 양측에 모두 발전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같은 개그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는 결국 그 경쟁 체제에서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