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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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놀라운 김구라의 촉

D.H.Jung 2015. 5. 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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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들어간 프로그램 왜 다 잘될까

 

어째서 김구라가 들어간 프로그램은 다 괜찮은 반응을 얻을까. 그가 출연하고 있는 MBC <복면가왕><아빠 어디가>가 폐지된 후 고개를 숙였던 <일밤>을 새롭게 세우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나들이철 주말 예능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빠지는 상황에서도 <일밤>은 상승세를 계속 타더니 결국 두 자리 시청률을 넘어섰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콘셉트로 <복면가왕>은 주목받고 있다. 얼굴을 내밀고 알리는 것이 오디션 형식의 전형적인 특징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가면을 씌움으로써 오히려 그 출연자에 대한 호기심을 높여주었다. 1, 2대의 복면가왕으로 자리했던 황금락카 두통썼네의 정체가 걸 그룹 에프엑스의 루나였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가면이 오히려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깨주는 역할을 해준 것. <복면가왕>이 이렇게 상승세를 타게 된 것은 새로움때문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역시 그 새로운 형식 때문에 주목받는 프로그램이다. 개인방송을 끌어안은 지상파 프로그램으로서 다양한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방송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여지없이 김구라가 앉아 있다. 그는 과거 자신이 했었던 인터넷 방송의 경험을 되살려 매번 새로운 아이템으로 방송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번 허구연을 게스트로 초대해 야구 방송을 했다면 이번에는 유명 역사강사인 이다지를 초대해 역사를 소재로 방송을 시도했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역시 관찰카메라 형식과 스튜디오 토크쇼의 접목으로 괜찮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로그램. 여기에도 여지없이 김구라가 앉아 있다. 그는 때로는 유재석과 또 때로는 출연자들과 각을 세움으로써 프로그램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저 훈훈하게만 흘러갈 수 있는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김구라가 들어가 있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기존의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혁신적인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김구라의 촉인지는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껏 그가 출연해온 프로그램들이 예능의 프론티어에 계속 자리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고 시청자만을 배려하는 중심 없는 토크쇼로서 당시만 해도 혁신적인 예능 프로그램이었고, JTBC <썰전>은 정치 시사와 대중문화라는 영역을 예능으로 끌어안은 독특한 프로그램이었다. 관찰카메라 시대의 새로운 형식으로서 <동상이몽>이나, 개인방송 시대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그리고 포스트 오디션 시대의 <복면가왕>에 그가 있다는 건 이런 흐름이 단지 우연만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이것은 어쩌면 김구라는 인물의 캐릭터에서 기인하는 일일 수 있다. 그는 우리네 예능이 걸어온 길에서 겪을 수 있는 많은 질곡들을 하나하나 겪으며 살아낸 인물이다. 생활고에 힘들 때는 독한 인터넷 방송을 했었고, 방송이 리얼을 요구할 때 지상파로 들어와 독설을 무기로 가진 리얼 토크쇼를 전면에서 이끌었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터진 과거 인터넷 방송의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그는 선선히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고 다시 돌아와서는 <썰전> 같은 새로운 형식의 예능에 자신을 세웠다.

 

이것은 김구라가 들어갔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잘된 면도 있지만 그가 프로그램을 워낙 잘 선택한 데서 생겨난 일이기도 하다. 어떤 새로운 흐름을 간파하고 즉각적으로 거기에서의 자기 역할을 찾아내는 그의 촉. 이것은 어쩌면 급변하는 트렌드 변화 속에서 앞으로 방송인들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