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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서장훈이란 예능 거인의 특별한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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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으로 진입장벽 낮춘 서장훈의 예능 진격

 

방송은 하고 있지만 방송인은 아니다.” 서장훈은 이전 JTBC <썰전>썰록에 나왔을 때 이런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썰전> ‘예능심판자에 허지웅과 강용석의 빈 자리를 채우는 말 그대로 거인이 됐다. 그에게 다시 박지윤이 물었다. “자신이 연예인이라고 인정하냐. 그러자 서장훈은 이젠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제 나도 포기했다. 뭐라 부르셔도 관계없다고 답했다. 이윤석은 그게 바로 연예인 마인드라고 콕 집었다.

 

'썰전(사진출처:JTBC)'

이것은 지금 거인 서장훈이 어떻게 조용하지만 성큼성큼 예능으로 진격해 들어왔는가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그는 방송을 계속 하고 있었지만 늘 자신이 방송인 혹은 연예인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그는 최근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적을 두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이런 행보들이 단지 제스처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어색함을 느꼈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래서 그의 모습에는 약간의 귀차니스트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이것은 MBC <사남일녀>에 출연했을 때 보여준 그의 모습이기도 하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세심하고 소심한 반전을 보여주던 그는 별다른 예능감이나 그런 걸 보여준 바가 없다. 오히려 예능과 자신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줄곧 강변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모습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예능이라는 판은 본래 부자연스러운 곳일 수밖에 없다. 쫄쫄이를 입히고 물 풍선 폭탄세례를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자연스러울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부자연스럽다고 얘기하고 티를 내자 서장훈은 오히려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애니멀즈>는 물론 프로그램이 큰 성과를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서장훈에게는 자신만의 캐릭터가 분명하다는 걸 보여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편에 출연한 그는 그 거구를 유치원생 아이들과 함께 세우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거대한 덩치가 때로는 운동선수 출신답게 강하게 아이들을 밀어붙이다가도 특유의 자상함이나 소심함을 드러내는 양면을 통해 그는 어찌 보면 이중적이고 양면적이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그를 계속 출연시켰던 것은 바로 이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그가 들어오면 설정이 아닌 리얼의 느낌이 묻어났고 그 어색해하는 모습 자체는 몸 개그 같은 틀에 들어갔을 때 더 큰 웃음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그가 반복적으로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고정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생겨나자 그는 또다시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결국 이 부인하는 모습을 통해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로까지 들어왔다.

 

그는 의외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 괜찮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거대한 덩치만큼 말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당시 출연했을 때 다뤄진 현대무용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자신과 겹쳐지는 면이 있어서였을 테지만, 방송 중 김구라와 각을 세우며 밀리지 않는 모습은 프로그램에 생기를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썰전>에서 김구라와 각을 세울 그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낸다.

 

김구라와 유재석은 아마도 서장훈을 앞뒤에서 이끌어주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까 싶다. <사남일녀>에 이어 <라디오스타> 그리고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 이어 <썰전>까지 그는 김구라와 함께 해왔다. 이번 <썰전> 출연 결심도 김구라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유재석은 <무한도전>, <런닝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통해 서장훈을 지지해왔다. 이런 예능계 인맥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건 그가 꽤 괜찮은 인간관계를 해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서장훈은 끝없이 자신이 거기에 설 사람은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조금씩,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보폭으로 예능에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런 행보는 일종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를 냈다. 이것은 서장훈이 예능에 입성해 확고한 자기 자리를 갖게 된 특별한 방식이다. 서장훈이라는 예능 거인의 진격은 그렇게 조용하고도 빠르게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