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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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의 묘수가 된 서장훈의 자리

D.H.Jung 2015. 5. 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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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동상이몽>에서 연예인 역할 보여줘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는 부모 자식 간의 서로 다른 입장을 각각의 관점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스튜디오에 출연한 방청객들의 투표를 통해 어느 쪽의 입장에 더 동조하는가를 보여주긴 하지만 사실 그런 결과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또 상대방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니까 괜찮아라고 보듬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말해준다.

 

'동상이몽(사진출처:SBS)'

그러니 이 프로그램의 온전한 주인공은 여기 출연하는 일반인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기 함께 자리해 있는 유재석이나 김구라 같은 연예인 MC들의 역할은 애매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3회에 출연한 게스트 서장훈은 이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것은 단지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왜 그런 입장을 갖게 됐는가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3회의 주인공은 현대무용계의 김연아라고 불리는 천재 신예 김현아와 그 엄마다. 1등에 집착하며 칭찬에 인색한 엄마 때문에 힘들다는 김현아양의 토로와, 딸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엄마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쳤다. 여기에 대해 서장훈은 좀 강한 어조로 딸을 몰아붙이는 엄마를 비판했다. “나중에 큰 후회를 하실 것이라는 얘기까지 털어놨다. 그것은 엄마의 입장을 대변하는 편집분이 보여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장훈이 이렇게 단호한 입장을 보이자 김구라와 유재석의 역할 또한 살아났다. 김구라는 서장훈과 각을 세우며 엄마의 입장을 강한 어조로 대변했다. 유명한 선수들 뒤에는 항상 헌신적인 부모들이 있었다는 걸 토로했다. 서장훈과 김구라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유재석 역시 할 일이 생겼다. 그는 두 사람의 대립을 유도하거나 또는 중재함으로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보여줬다. 결국 서장훈이라는 게스트가 강하게 자기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에 이 모든 구도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장훈이 강하게 엄마 입장을 반대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를 통해 밝혀졌다. 그는 평생을 자신의 농구 인생과 함께 한 부모님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이미 아들이 은퇴했지만 여전히 헛헛한 마음을 다른 농구시합을 보며 거기서 아들의 과거 모습을 찾는 것으로 달래고 있다는 것. 자신이 방송에 나오게 된 이유도 그 헛헛함을 달래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털어놨다. 결국 서장훈이 엄마 입장을 반대한 것은 그 엄마가 스스로의 인생을 더 즐겼으면하는 마음에서였다.

 

서장훈이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는 지점은 <동상이몽>의 그간 부족했던 한 조각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여러 사연을 갖고 무대에 올라오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연예인 게스트를 앉힘으로써 일반인과 연예인의 이야기가 서로 울릴 수 있게 해주는 일이었다. 이렇게 확실한 자기 입장을 드러낼 수 있는 연예인을 세우게 되면 김구라와 유재석의 역할 또한 공고해진다는 것을 서장훈의 출연은 보여줬다.

 

서장훈이 앉았던 그 자리는 그래서 <동상이몽>의 묘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연예인들도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고민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향후 <동상이몽>이 이 자리를 잘 활용한다면 최근 예능의 새로운 경향으로 드러나고 있는 일반인 트렌드에 연예인들이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