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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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이 남자, 남자래도 날 사랑한단다

D.H.Jung 2007. 8. 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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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의 남장여자 연기 살린 ‘커프’의 공유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만나기 전까지 공유가 거쳐온 역들은 그가 가진 개성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물론 특별 출연한 것이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감사용(이범수)과 나란히 달리기 경주를 하는 박철순(공유) 역에서도 그의 개성은 숨겨져 있었다.

최근에 했던 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서의 서건 역은 지나친 무게의 옷을 입혀 공유의 연기 운신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 공유 특유의 투정이나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기가 가득한 소년 같은 이미지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을 만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그 중심에 윤은혜가 해야하는 고은찬이란 남장여자 연기가 서게 된다. 그것이 어색하게 틀어지게 되면 드라마는 긴장감을 잃고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 어려운 것은 그녀가 남장여자란 사실을 시청자는 물론 극중 배역들까지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한결 만은 끝끝내 몰라야 한다는 점이다.

윤은혜라는 연기자가 이 남장여자의 연기를 자기 속에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잘 버무려 연기해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이것은 어찌 보면 시청자와 드라마 사이의 어떤 약속과도 같다. 그녀는 여자인데 남자행세를 하게 되는 것이고 그걸 한결은 모른다는 암묵적 동의다.

이 부분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결이란 캐릭터다. 한결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고은찬은 영원히 남자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여자로서 함께 사랑에도 빠지게 될 수 있는 것. 고은찬이 남장여자가 되는 것은 사실 그녀가 남자처럼 행동하고 건들댈 때가 아니라, 공유가 그녀에게 다가가 ‘한번만 안아보자’고 말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연기자의 이미지가 너무 진지하다면 상황 자체가 너무 무거워지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웠다가는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즉 고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오로지 그만 모르면서 가슴 설레고 힘겨워하는 연기를 한다는 것은 자칫 과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공유는 자신이 가진 소년 같은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한다. ‘이 감정 도대체 뭐야’ 하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거나, 감촉을 잊지 못해 난감해하는 그의 얼굴이 보일 때, 시청자들이 쿡쿡 웃으면서 청춘의 설렘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건 바로 그 소년의 이미지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웃음을 동반한 풋풋함에서부터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감정 속으로 빠져들면서 남자라도 상관없다는 투로 “끝까지 가보자”고 말하는 그에게서 어느 누가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극중 배역인 한결은 소년 같으면서도 상처를 갖고 있고, 능력도 있는데다가 때론 세심한 배려(특히 가족에 대한)도 보여주는 여성들의 환타지를 자극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공유가 이렇게 제 몸에 맞는 한결이란 옷을 입게 된 것이 우연이었을까. 이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연기자에게서 끌어낸 이미지의 결과 드라마의 캐릭터를 제대로 엮어낸 이윤정 PD의 연출력이다. 미니시리즈 첫 여성 연출자라는 꼬리표에서 드러나듯 그녀가 가진 여성적인 섬세함과 꼼꼼함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이것은 딱히 공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윤은혜는 ‘궁’이 성공했지만 늘 가수출신 연기자라는 연기논란을 일으켰고, 이선균은 ‘하얀거탑’에서 김명민이 연기한 장준혁이란 캐릭터 속에서 억울하게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는 최도영이란 캐릭터의 연기를 해야했던 경험이 있다. 게다가 가수로서의 이미지가 더 많은 채정안은 ‘해신’ 등에 등장했지만 그다지 주목받는 역할은 맡지 못했던 연기자다.

하지만 이들이 중심이 되어 엮어 가는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의 캐릭터들은 과거의 어떤 연기보다 이들의 몸에 딱 맞아 보인다. 본래 최한성(이선균)이 한유주(채정안)에게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어 있던 대본을, 이선균이 피아노를 잘 못 친다고 하자 보다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차라리 전화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바꾼 에피소드는 이윤정 PD가 어떻게 연기자에게 맞는 캐릭터 옷을 입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게 이윤정 PD라는 연출자에 의해 조탁된 한결을 연기한 공유의 이미지는 과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늘씬한 키에 조각 같은 몸매를 과시하듯 늘 초반부에 웃통을 벗어 젖히고 나오는 이미지로 굳어있던 공유는 이제 섬세한 결을 가진 소년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남자라고 해도 날 사랑해준다는 남자,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이 선물한 공유의 이미지는 한동안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