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의 지속적인 상승, 김태희에게 달렸다
SBS <용팔이>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첫 회 11.6%로 두 자릿수를 간단히 넘기더니 14.1%, 14.5% 그리고 4회 만에 16.3%까지 급상승했다. 최근 몇 년 간 이런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흔치 않다. 과거 <별에서 온 그대>가 예외적인 작품이었을 뿐, 최근 드라마들은 사실 15%를 넘기는 것이 하나의 벽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아닌가.
'용팔이(사진출처:SBS)'
<용팔이>의 상승세를 이끄는 주역은 단연 주원이다. 주원은 본래부터 연기 스펙트럼이 나이에 비해 넓다는 평가를 받아온 배우다. <용팔이>는 그런 주원이 펄펄 날 수 있는 김태현이라는 다채로운 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입혀주었다. 김태현은 속물의사처럼 자신을 가장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힘없는 자신 때문에 손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엄마를 보내게 됐다는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돈이면 뭐든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죽어가는 환자를 눈앞에서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하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에 <용팔이>는 VIP 병동과 ‘왕진하는 의사’의 이야기를 덧붙임으로써 한편의 느와르나 활극 같은 장르적인 색채까지도 덧씌웠다. 첫 회부터 시선을 잡아 끈 싸움으로 부상을 당한 조폭들에게 왕진을 가서 치료하는 김태현의 모습은 독특한 그만의 카리스마를 만들었다. 또한 재벌2세에 의해 폭력을 당한 연예인을 치료하면서 돈이면 범죄까지 덮어주는 현실을 목도하기도 했다.
주원이 보여주는 연기는 그래서 <용팔이>의 의학드라마적인 색깔과 사회극적인 색채 그리고 액션과 느와르까지를 모두 한 드라마로 즐길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었다. 시청률의 급상승은 처음에는 조폭 치료하는 왕진의사로 알았던 <용팔이>의 이야기가 한신병원 VIP병동에 숨겨진 비밀로 옮겨가고 그 안에 오래도록 누워 있는 한여진(김태희)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변주로 가능해진 일이다.
그리고 이제 이 바탕 위에서 드라마에 불을 지필 요소는 멜로다. 김태현과 한여진은 이미 짧지만 강렬한 시선교환을 했고, 이제 한여진의 담당의사가 된 김태현은 조금씩 그녀를 깨워줄 수 있는 구원의 존재로 다가가고 있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다시 한 번 급상승할 수 있는 요소는 결국 이 한여진이 깨어나 김태현과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주원에게서 그 바톤이 김태희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물론 이 지점은 드라마가 상승세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하락세로 꺾어질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변곡점이다. 즉 멜로가 제대로 불이 붙어 시청자들의 절절한 공감을 얻어낸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만일 그저 그런 평범한 멜로 구도에 머물거나, 혹은 그것을 연기로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게 된다면 거꾸로 하락하는 역풍을 가져올 수도 있다.
주원은 이미 충분히 자신의 배우로서의 존재가치를 증명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김태희다. 물론 과거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온 연기력 논란이 위태롭기는 하다. 하지만 지난 사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보여준 것처럼 김태희의 연기는 훨씬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누워있던 한여진이 깨어나는 것처럼 김태희도 배우로서의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용팔이>가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는 이제 김태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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