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그들만의 세상에 무슨 공감대가 있으랴
<아빠를 부탁해>는 지금 최대의 위기다. 시청률이 쭉 빠져 일요일 예능 대결에서 계속해서 꼴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그렇지만, 더 안 좋은 건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가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여기 출연하는 아빠들의 삶이 마치 우리네 삶처럼 다가왔었고, 그래서 그 아빠를 바라보는 딸들이 그토록 예쁠 수가 없었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런 공감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사라져버렸다. 프로그램 초기만 해도 아빠와 딸이 그저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빠에게도 하나의 도전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미 어느 정도 소통을 하게 된 아빠와 딸들의 관계 속에서 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은 소통이라기보다는 그저 놀러 다니는 것처럼 비춰지게 되었다.
딸 다은이와 함께 남이섬을 찾은 것에 대해 강석우는 과거 <겨울 나그네>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강석우와 다은이의 방송분 어디에서도 그 추억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강석우와 다은이가 짚와이어를 타는 장면과 번지점프를 하려다 포기하고 내려오는 장면만 있었다.
물론 이것은 여러모로 지난 리마인드 웨딩을 했던 강석우네 가족의 이야기에 쏟아진 비판을 의식한 면이 있다. 시청자들이 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고 싶은 너무 사적인 일에 방송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 작정한 듯한 느낌이 있다.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이섬까지 갔던 그 본래의 의도를 모두 지워버리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자의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면면을 드러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연기연습을 위해 오빠에게 가발을 씌우고 미용 실습을 하는 장면도 그렇다. 조혜정이 드라마에 미용사 역할로 캐스팅되어 그 준비를 하는 장면이다. 물론 조재현은 그러한 딸의 연기연습이 연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지만, 사실 이런 내용이 <아빠를 부탁해>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거기에서 과연 우리네 보통 50대 아빠들의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까.
공감이 사라진 지점에는 ‘저들만의 세상’이 보여주는 이질적인 삶을 왜 시청자들이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만 남을 뿐이다. 50대 아빠들의 공감대를 목적으로 했던 이 프로그램이 자꾸만 딸 연예인 시키려는 방송이라고 오인 받게 되는 건 그래서다. <아빠를 부탁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초심, 즉 우리네 보통의 50대 아빠들이 갖는 삶의 여러 측면들을 프로그램이 공감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삶이 아닌 저들만의 세상으로 자꾸만 미끄러져 나갈 때 시청자들의 이탈도 동시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연예인들의 실제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연예인 가족 관찰카메라는 그래서 쉬워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즉 어쨌든 카메라는 그들이 사는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들의 삶은 우리와 닮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잘 사는 집이 비춰질 때면 시청자들로서는 부러움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화감을 느끼게도 된다. 이 차이는 전적으로 프로그램이 본래 갖고 있던 기획의도를 잘 지켜내고 있는가 아닌가에서 결정된다.
이것은 현재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나마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이 역시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여러 차례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준 적이 있다. 갖가지 PPL의 전시장이 되거나 똑같은 육아라고 해도 저들만의 화려한 삶의 일단이 발견되는 지점에서 시청자들은 고개를 돌리게 된다.
제 아무리 위장막이 되어 있다고 해도 그들의 삶이 우리네 보통의 삶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가려져 있던 것들이 차츰 오래 반복되면서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되는 것이고, 그랬을 때 조금씩 시청자들에게는 그것이 이질감으로 다가오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연예인들이 잘 사는 것이야 그것만으로 무에 잘못된 것이 있을까. 중요한 건 그 잘사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지고 방송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삶이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기획의도를 벗어나는 순간 서민들의 눈에는 그것이 놀면서 돈 버는 듯한 인상으로 다가오게 된다. 힘들다는 얘기가 실제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빠를 부탁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연예인 가족 관찰카메라에 대한 공감이 갈수록 사라지는 건 그래서다. 보편적인 육아나 가족관계의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할 때 그것은 ‘저들만의 세상’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거기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보통 서민들의 공감대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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