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왜 '무한도전'이 하기만 하면 일이 커질까 본문

옛글들/명랑TV

왜 '무한도전'이 하기만 하면 일이 커질까

D.H.Jung 2015. 8. 24. 09:12
728x90

일 키우는 <무한도전>, 뭘 해도 사건이 된다

 

최근 들어 <무한도전>이 너무 거대 프로젝트만 선보이는 거 아니냐는 필자의 우문에 김태호 PD거대 프로젝트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시작은 그런 거창한 일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일이 커지게 됐었다는 것. 이건 사실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 그 자체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2년마다 벌어지게 된 <무한도전> 가요제의 첫 발은 출연자와 스텝 수 정도밖에 안되는 관객들 앞에서 노래했던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번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가요제가 열린 알펜시아 스키 점프대 아래로 모여들었다. 너무 많이 모여든 인파 때문에 김태호 PD는 긴급하게 늦게 출발하시려는 분들은 방송으로 가요제를 봐달라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시청률이 무려 21.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음원차트도 싹쓸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한도전>에서 했던 작은 가요제가 이제는 작게 하려고 해도 작아지지 않고 한없이 커지는 사건이 된 것. 음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송 프로그램의 힘을 실감하게 만든 것도 <무한도전>이었다.

 

작년 말에 방영되어 90년대 붐을 다시금 일으켰던 <무한도전 토토가>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박명수와 정준하가 소소하게 기획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여기 출연한 90년대 가수들은 다시 화려하게 대중들 앞에 서게 됐다. 심지어 90년대 음원이 다시 차트에 역주행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무도 식스맨>은 사실 신규 멤버를 뽑는 과정을 당시 화제가 모았던 영화 <킹스맨>을 패러디해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식스맨은 우리네 예능의 숨겨진 보석 같은 신생아들을 새롭게 조명해주는 프로젝트로 일이 커졌다. 결국 광희가 그 식스맨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진 유병재나 홍진경, 최시원 같은 인물들은 예능 신생아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뽑힌 광희는 <무한도전>의 새 MC로 들어와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무한도전> 클래식에서 했던 무모한 도전들을 하나하나 수행하며 조금씩 자기의 영역을 만들어갔다. ‘무한도전 환영식이라는 아이템이 연달아 기획된 것은 식스맨이 가졌던 파장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올 상반기에 화제를 모았던 극한 알바10주년을 맞아 포상휴가 특집을 하게 되면서 해외 극한알바로 일이 커졌다. 과거 방콕 특집으로 옥탑방에서 방콕을 체험했던 기획은 이제 직접 방콕까지 날아가 거기서 세계 각지로 극한알바를 떠나는 모습으로 확대되었다. 해외 극한알바에 이어 시도된 배달의 무도는 이제 지구촌의 거리를 좁혀 놓은 듯한 느낌마저 만들었다. 적어도 어디든 미션을 위해 날아가는 <무한도전>에 있어서 세상은 이제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작게 시작했던 아이템들이 이처럼 커다란 사건으로 변모하게 된 건 <무한도전>이 그간 10년 동안 쌓여온 공력을 잘 말해준다. <무한도전>은 어느새 증폭기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관심없는 소소한 것들도 이 안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증폭되어 대중들에게 다가온다. 일이 커지면서 잡음들도 많아지는 건 그래서다. 이번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그림자처럼 남은 쓰레기 문제는 커진 사건만큼 커지는 문제들의 일단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무한도전>은 이제 더 이상 뭘 해도 소소해질 수 없는 운명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 힘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방식으로 쓸 필요가 있다. 물론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가끔씩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무한도전>이 보인다면 어떨까 싶다. 물론 지금도 이런 따뜻한 시선을 늘 <무한도전>을 통해 느낄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