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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앤트맨', 우주 영웅의 시대, 축소 세계의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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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은 왜 작아지는 영웅을 선택했을까

 

1978년에 개봉된 <슈퍼맨>에서 슈퍼맨은 연인이 죽게 되자 지구의 자전을 반대편으로 돌려 시간을 되돌린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시간을 되돌려 살아난 연인과 지구인들이 슈퍼맨을 환호하며 끝나는 엔딩에 그 누구도 황당무계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슈퍼히어로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들로까지 나아갔다. 더 이상 지구가 좁다며 우주를 무대로 외계인들과 대적하는 슈퍼히어로가 등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토르 같은 신이 영웅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사진출처:영화<앤트맨>

최근 개봉했던 <판타스틱4> 리부트를 보면 악당인 닥터 둠은 사람의 목숨 정도는 그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거둘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 정도면 신이나 다름없다. <슈퍼맨>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은 신의 재해석이나 다름없다. 이 슈퍼히어로물에서 인간은 그저 신의 보호를 받거나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대상일 뿐이다. 신적인 힘을 가진 슈퍼맨은 지구를 침공해온 자신의 동족과 싸워 지구인들을 지켜낸다.

 

이 정도면 우주를 넘나들지 못하면 슈퍼히어로로서 어딘지 너무 소소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무협지에서 날아다니지 못하면 바보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우주로 날아가는 슈퍼히어로들의 세상에서 지구를 전전한다는 건 어딘지 모양 빠지는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앤트맨>의 선택은 달랐다. 이 독특한 슈퍼히어로물은 우주를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오히려 한없이 작아지는 쪽을 택했다.

 

작아지는 영웅을 선택하면서 <앤트맨>은 우리의 일상 속에 숨겨진 모험을 가능하게 한다. 일반 가정의 식탁이나 마룻바닥, 춤을 추는 파티장에서 그 밑바닥에 떨어진 앤트맨에게 사정없이 날라드는 발길질은 놀라운 미시세계의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은밀하게 세상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작다는 것이 능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작아진 존재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들이 앤트맨에게는 부여된다. 그것은 또 다른 작은 존재들, 즉 각종 개미들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 이 부분은 앤트맨의 스펙터클에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개 개미 안토니의 등에 올라타면 마치 드래곤의 등에 올라탄 중세의 기사 같은 판타지물이 연상된다. 앤트맨의 명령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날개 개미들이 날아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또 개미들이 서로 몸을 이어 붙여 허공에 거대한 줄을 만들거나 탑을 쌓아 그 다리를 건너가는 앤트맨의 장면 또한 장관이다.

 

다양한 능력에 충성스런 부하들을 거느린 앤트맨이란 존재는 그래서 작아도 강력한 존재로서 설 수 있게 된다. 마치 곤충들이 작지만 그 많은 개체수의 협업으로 엄청난 생존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앤트맨이라는 영웅은 혼자 서는 영웅이 아닌 함께 하는 영웅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건 기존 슈퍼히어로물들이 물론 <판타스틱4> 같은 협업을 보여주는 존재들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다.

 

축소 지향을 보여줘서인지 <앤트맨>은 여타의 슈퍼히어로물과 달리 무겁지 않고 유머 코드가 생생히 살아있다. 몸을 한 없이 키우거나 우주 바깥으로 날아가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를 작게 해 마이크로 세상의 새로운 우주를 탐험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기존 슈퍼히어로물의 참신한 역발상으로 다가온다. 물론 앤트맨은 몸을 작게 하는 것만큼 크게 늘리는 방법도 알고 있다. 따라서 앤트맨이 굳이 몸을 축소하는 것에 집착하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쨌든 이 축소 세계를 선택한 <앤트맨>은 바로 그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서 이 작은 세계와 곤충의 세계가 주는 흥미로움은 기존 슈퍼히어로물의 우주보다 더 강력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꼭 커지고 확대되어야만 그럴 듯하다고? 적어도 <앤트맨>의 세계에서는 그런 편견과 선입견은 불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