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화된 <개콘>, 쇄신이 필요한 시점
오랜 시청률 1위라는 타이틀에 취해 있었던 탓일까. <개그콘서트>의 부진이 심상찮다. 시청률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하락세다.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그 첫 번째는 MBC가 이 시간대에 밀어붙이고 있는 주말드라마들이 여러 차례 막장 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동시간대 헤게모니를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엄마>와 <내 딸 금사월>은 각각 16.7%, 17.9%(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다. 이것은 <왔다 장보리> 같은 화제를 남긴 이 시간대의 MBC 드라마들이 고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두 번째 요인으로 이 시간대 과감히 편성되어 맞대결을 선언한 SBS <웃찾사>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웃찾사>는 시간대를 옮긴 후 6% 시청률을 기록하며 점점 추락하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개그콘서트>의 이런 부진은 단지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다. 지금껏 구축되어 있던 주말 시간대의 최강자가 이렇게 몇 년 사이에 소소해진 건 내부적 요인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는 ‘민상토론’이나 ‘우주라이크’, ‘니글니글’, ‘아름다운 구속’, ‘재백아’, ‘핵존심’ 등등 물론 다양한 신설 코너들을 내놓았고 그럴 때마다 화제가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화제가 된 코너가 그 이후에 다양한 변주를 하지 못하고 패턴 속에 대사만 갈아 끼운 듯한 식상함을 보여주면서 ‘그저 그런’ 코너들이 되어버린데 있다.
새 코너가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미 자리를 잡은 코너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게 이야기에 새로움을 부가하는 일이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획적으로 괜찮은 코너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소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몇 번만 반복되면 그 패턴이 전부 시청자들에게 읽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유행어 몇 개는 살아남겠지만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지름길이 된다.
이를테면 ‘아름다운 구속’ 같은 코너는 그 기획과 발상이 독특하고 웃음의 포인트도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도 반복되다보니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가 뻔하게 된다. 관객들이 그 상황이 되면 으레 유행어를 따라하는 건 개그맨의 존재감을 위해서는 좋은 일일 수 있지만 코너에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나는 킬러다’ 같은 코너 역시 마찬가지다. 살인을 시도하다가 늘 실패하는 이야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건 이 코너가 얼마나 변주를 하지 않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때론 시도가 성공하기도 하고 때론 그 시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기도 하는 이야기의 변주는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이것은 개그맨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늘어난 시간에 과거처럼 치열하지 않은 경쟁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이 상황을 각성해야 하는 이들은 작가들이다. 좋은 기획도 작가들이 개입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건 코너를 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개그콘서트>가 어딘지 예전처럼 팽팽한 느낌이 없고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인상을 바꿔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개그콘서트>는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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