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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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밴드3', 밴드는 비주류라는 편견 깨려면

D.H.Jung 2015. 9. 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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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밴드3>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우리나라 밴드 음악이 점점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건 안타까운 사실이다. <톱밴드>3년만의 공백 끝에 <톱밴드3>로 돌아오게 된 건 KBS라는 공영방송의 책무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도대체 어느 방송이 이처럼 소외되고 있는 밴드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

 


'톱밴드3(사진출처:KBS)'

하지만 <톱밴드3>의 성공은 그러한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와는 무관한 일이다. 대중들은 책임감으로 프로그램을 보진 않는다. 지난 시즌 거의 1%대의 시청률을 전전했던 <톱밴드>가 아닌가. 제 아무리 기획의도가 좋고 의욕이 좋아도 그걸 프로그램으로서 잘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지난 시즌은 보여줬다.

 

그렇다면 <톱밴드3> 역시 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몇 가지 달라진 트렌드들을 읽어내야 하고 또 그간 시즌에서 잘못된 선택들을 피해나가야 한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톱밴드>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고 향후에는 정규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먼저 달라진 트렌드. <톱밴드>가 처음 시작되던 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만 해도 트렌드를 이루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그래서 시즌2에서는 <톱밴드>가 심지어 악마의 편집도 불사하겠다고 했던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패턴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섣불리 서바이벌을 강조하거나 그렇다고 지나치게 억지 감동을 내세운다고 그리 효과가 없다는 것.

 

<톱밴드3>가 참조해야 할 것은 그래서 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고 <비긴 어게인>이나 <위플래쉬> 같은 영화다.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각각의 개성 있는 밴드들이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해오고 있는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전달이 관건이다. 밴드 음악은 그 악기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모아주지 않으면 그저 시끄러운 음악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악기 하나가 주는 감흥을 되살릴 수 있다면 그 음악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결국 <톱밴드3>가 해야할 일이다. 여러 밴드들의 개성을 파악하고 그걸 극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이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톱밴드3>를 맡게된 윤영진 PD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스토리텔링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한 바 있다. “밴드 음악을 들려주기 이전에 그들이 어떻게 해서 음악을 하게 됐고, 지금은 어떻게 음악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이야길 충분히 전달해주고 나서 그들의 음악을 들려줄 생각이다. 그렇다면 더 진정성과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일 이것이 잘 만들어지고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오기만 한다면 <톱밴드3>의 성공은 반 이상 이룬 셈이 될 것이다.

 

진정성 전달과 함께 중요한 것은 보편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금 현재 밴드 음악은 안타깝게도 대중들에게 낯설고 심지어는 마니아적인 장르로 인식되는 면이 있다. 물론 밴드 음악 자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지상파 같은 메인스트림에서 잘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그러니 이 눈높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치들의 역할은 그래서 밴드들을 선별하고 코치하는 일만이 아니다. 그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낯설 수 있는 다양한 밴드 음악의 묘미를 하나하나 느낄 수 있게 설명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을 그저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용어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는지를 설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신대철이 얘기한 100명 중 한 명이라도 감동시킬 수 있다면 성공이라는 관점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밴드 음악을 너무 비주류로 세우려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주류가 될 수 있게 위상을 높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성공은 중요하다. <톱밴드>의 위상을 만든 건 결국 성공한 장미여관 같은 밴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물론 신대철이 한 얘기는 비주류로 인식되는 현재 한 명의 관객을 감동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밴드 음악을 너무 비주류로 결정해버릴 필요는 없다.

 

밴드 음악에는 분명 지금의 우리네 가요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주류음악들, 이를 테면 발라드나 댄스 같은 음악들에는 없는 어떤 정신 같은 것이 존재한다. ‘소울이라고도 얘기하고 스피릿이라고도 얘기하는 그것. <톱밴드>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밴드 음악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것을 깨워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시즌3<톱밴드>라는 기획의도가 훌륭한 프로그램이 대중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건 우리네 밴드 음악을 되살려낼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