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신부’가 전하는 우리들의 오만과 편견
그녀는 바보다. 사진 한 장 달랑 보고 이역만리에 시집와서는 그제야 남편 강준우(송창의)가 공황장애라는 걸 알게된다. 필요 없다고 돌아가라는 강준우 말에 그녀는 그냥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 남편에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집밖조차 나가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매일 치료일지를 쓰고 기도를 한다. 그렇게 3년 병 수발에 남편은 장애를 극복하고 직장까지 갖게 되지만 그녀는 여전히 저녁시간 집 앞에서 남편을 기다린다. 요즘 시대, 여성으로 치면 바보 중에 바보인 사람, 바로 ‘황금신부’의 그녀, 누엔진주(이영아)다.
그래서 그녀를 진짜 바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 주제를 알고 남편 앞길이나 막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주제’라고 말하는 범위에는 그녀가 베트남 여성이라는 국적차별에 대한 것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학력차별, 그리고 가난하다는 빈부차별, 나아가 그녀의 문화를 형성하는 베트남 문화를 낮은 것으로 보는 문화적인 차별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남편의 옛 친구였다는 차인경(공현주)은 번번이 진주를 찾아와 정말 주제에 걸맞지 않은 충고를 한다. 그것은 여러 가지 표현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결국은 “당신이 남편 성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강준우를 잊지 못해서 하는 말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 진주가 베트남 여자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차인경의 ‘주제넘은 충고’는 그 자체로 베트남 여성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차인경의 상황은 사랑에 눈멀어 그랬다 쳐도 강준우의 사업파트너로서 등장한 민이사의 편견은 너무나 노골적이다. 안하무인식으로 진주에게 베트남 여성으로서의 모멸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거기에는 국적에 대한 것도 있지만 그 이전에 빈부에 대한 차별의식이 더 짙게 깔려져 있다. 민이사의 태도는 ‘가난한 자들’을 비루하다 여기는 가진 자들의 특권의식이 깔려있다. 내세우는 것이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칼자루인 ‘황금’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황금만 좇는 사람들이니 그 눈에 진주 같은 진짜 황금이 눈에 뜨일 리가 없다.
반면 그런 바보를 황금으로 여기는 남자가 있다. 차인경은 진주를 위해 앞길을 포기하는 강준우에게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듯 이렇게 여러 차례 묻는다. “당신 인생을 가로막는 그 사람이 그렇게 중요해요?” 그러자 그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이 내 인생이야.” 때론 그도 진주에게 화를 낸다.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당신은 행복해질 자격이 없어요.” 자신은 그녀를 황금으로 여기는데 그녀는 정작 자신을 바보로만 생각하니 답답할 밖에.
‘황금신부’는 순애보적이 사랑이 바보의 사랑의 되어버린 시대에 그 바보에 대해 던지는 현대인들의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극화되어 도저히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사건들이 그 안에 포진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적지 않다. 거기에는 이런 순애보적인 이야기가 비현실이 되어버린 현 세태를 꼬집는 면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부에 베트남 여성으로 등장한 진주는 그 말투와 행동 하나 하나에서 좀 구닥다리라거나 세련되지 못했다고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씩 바뀌고 있고 그것이 이 드라마가 의도하려는 이야기의 진짜다. 황금만 보며 달려가는 물질만능주의의 세상 속에서 정작 황금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무렇게나 사랑한다 말하고 정작 진짜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차인경과 민이사의 오만과 편견은 그저 드라마 속의 남 얘기로만 치부하고 가기엔 너무나 현실적이다. ‘황금신부’는 진짜 사랑을 아는, 사람을 황금으로 볼 줄 아는 아저씨(강준우)를 그토록 이해하지 못했던 차인경이, 진주를 만난 후에 ‘자신의 사랑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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