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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1박2일’, 야생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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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현실감 부여한 리얼 버라이어티쇼, ‘1박2일’

갑갑하고 답답한 도시를 탈출한 연후에 접한 야생 속에서 당신은 진정으로 편안했던가. 인공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야생은 그 자체로 도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은 그런 점에서 도시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스스로 ‘야생 버라이어티쇼’라 칭하듯 프로그램 속에서 연예인들은 야생의 불편함이 주는 도전을 희화화한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연예인들은 타지에서 밥 한 끼를 챙겨먹는 거나, 하룻밤 잠을 청하는 것 자체도 신선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시청자들은 그 간단한 일상조차 심각한(물론 설정이지만) 도전으로 바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공감과 과장의 문턱을 넘나들며 웃음을 터뜨린다. 물론 ‘1박2일’은 저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캐릭터와 상황코미디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거기에 이 여행이란 컨셉트는 독특한 차별성을 부여한다.

‘무한도전’에 와서 그 형식이 정착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그 안에 캐릭터 개념을 정착시키면서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시트콤과 유사하다.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 특정한 상황(도전) 속에 투여되면서 보이는 반응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포스트‘무한도전’을 추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무한도전’이 그 희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피했던 무게 있는 현실감을 넣기 시작했다. ‘라인업’이 프로그램 속에 개그맨으로서의 생존이라는 극한의 현실적인 도전을 넣었다면 ‘1박2일’은 좀더 부드럽지만 분명한 현실인 여행이란 도전을 넣었다.

마치 부모를 잃은 상황 속에서 개그맨이 웃기기 위해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 사실을 알아버린 관객이 도저히 웃음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쇼가 현실감이 극대화됐을 때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다. 하지만 리얼리티쇼가 늘 현실에서 한 발짝 정도 허공에 붕 뜬 도전상황만을 연속적으로 보여줬을 때, 시청자들은 그 비현실감에 캐릭터 쇼가 가진 몰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야생이란 여행 컨셉트는 가장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여행은 그 자체로 현실에서 벗어나서 느끼는 또 다른 현실(야생)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현실에서 벗어나지만 그 역시 현실이라는 부분이 그걸 겪는 캐릭터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그들이 겪는 상황은 비현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존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존재하는 ‘불편함’ 정도라는 것이 리얼리티와 더불어 경쾌함을 부여한다. 게다가 여행 속에는 그 자체로 드라마적인 극적 만남이 동반된다. 그들이 엮어 가는 사연들은 리얼리티쇼의 의외성을 만들어주면서도 드라마적인 훈훈한 감정을 끌어낸다. 강호동이 밥을 얻기 위해 찾아간 어느 시골집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를 만나 잠깐 시골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장면은 ‘1박2일’ 같은 여행쇼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이것은 마치 로드무비가 갖는 낯선 곳에 대한 대리체험욕구를 버라이어티쇼 형식으로 끌어온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영동으로, 통영으로, 전주로, 울릉도-독도로 달려가는 강호동을 포함한 여섯 명의 멤버들은 함께 여행하고픈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매김한다. 또한 그들은 물론 1박2일이지만 그 시간동안 함께 생활한다는 점에서 형제 내지는 적어도 호형호제하는 선후배와 같은 유사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앞으로 그들이 이 코너 속의 여행을 통해 엮어 가는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관계는 더 끈끈해지고 그 속에서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는 더 깊어질 것이란 점에서 ‘1박2일’은 강력한 포스트 ‘무한도전’의 후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리얼리티쇼에 여행 컨셉트가 가진 도전의 현실성, 게다가 훈훈한 감동까지 갖춘 야생 버라이어티쇼, ‘1박2일’이 가진 차별점이자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