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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얼렁뚱땅 흥신소’, 그들이 찾은 진짜 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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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상상력은 때론 진실에 근접한다

‘얼렁뚱땅 흥신소’는 아마도 우리 드라마 사상 거의 최초로 시도된 도시모험 드라마가 아닐까. 모든 드라마가 리얼리티에 발목이 잡혀 있을 때, ‘얼렁뚱땅 흥신소’는 말 그대로 얼렁뚱땅 상상력의 끝까지 달려갔다. ‘황금을 찾는 모험’이라는 엉뚱하지만 참신한 소재에 머뭇거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얼렁뚱땅 흥신소’가 뛰어든 모험은 수많은 황금을 찾는 블록버스터 모험극들과는 달랐고, 또 달라야만 했다. 그것은 우리네 현실을 어떻게 하면 신나는 모험의 세계와 연결짓느냐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비현실적 상황을 드라마적 현실 속에서 이해시키기 위해 드라마는 만화적 상상력과 연출을 그 장치로서 활용한다.

캐릭터의 면면에서부터 수없이 진지한 분위기를 깨는 인물들의 엉뚱한 대사들이 맞물리면서 드라마는 리얼리티보다는 만화적 상상력의 허용을 이끌어낸다. 말 그대로 ‘얼렁뚱땅’ 흥신소 일에 뛰어들게 된 인물들은 실제 현실이라면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을 고종이 숨겨둔 황금을 찾는 모험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황금을 찾는 이야기는 점점 캐릭터들의 가슴 속에 황금처럼 묻어두었던 가족과 얽힌 소중한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만든다. 물질적인 황금의 이야기는 그 도정에 선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마음 속 황금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슬그머니 빠져든다. 그것은 가족이다.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는 사별하거나 헤어진 가족들의 이야기가 차츰 풀어지면서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과거와 화해하고 현재 자기 주변에 서 있는 이들에게서 유사가족의 끈끈함 느끼게 된다. 그들은 중명전에 황금을 찾기 위해 들어가기 전 이미 소중한 자신들만의 황금을 찾았던 것이다.

따라서 지하에 갇히게 된 그들이 밖으로 가져와야 할 것은 고종이 숨겨두었던 황금만이 아니다. 이미 서로에게 황금이 되어버린 그들 자신을 저 밖으로 끌어내야 하는 것. 생존하기 위해 땅을 파내고 절망적으로 마지막까지 막힌 벽을 향해 피 터진 주먹을 날리는 무열(이민기)의 행동은 진짜 간절히 원했던 황금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벽을 뚫고 빠져나온 그들에게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은 달라져 있다. 그저 숨쉴 수 있는 대기와 그 하늘 위로 떨어져 내리는 눈발이 마치 황금처럼 그들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저마다 음미하듯 깊은숨을 마음껏 들이쉬는 그들은 또한 지루하고 비루한 일상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자신들이 황금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얼렁뚱땅 시작한 드라마는 이 즈음에 다다르면 꽤 진실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아 나섰던 파랑새가 사실은 자기 집에 있던 비둘기였던 것처럼 비루하게만 느껴지는 삶의 희망은 그리 먼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드라마는 모험을 방불케 하는 꽤 먼 길을 우회해 보여주었다. 그러니 일상의 나른함 속에서 모험의 길을 함께 떠났던 시청자라면 그 끝에서 뜻밖의 꽤 괜찮은 보물을 발견했을 것이 틀림없다. 또 다른 보물을 찾아 떠나는 세 여자의 모습으로 끝나는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우리에게 ‘당신도 당신만의 보물을 찾아 떠나라’고 말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