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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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복수자들', 어째서 그 좋던 기세가 한풀 꺾였을까

D.H.Jung 2017. 11. 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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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의 늪에 빠진 ‘부암동 복수자들’, 초반 기세 어디 갔나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 시작이 좋았다. 첫 회에 2.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한데 이어 2회에는 4.6%로 반등한 건 이 드라마의 초반 기세가 만만찮았다는 걸 말해준다. 그것도 tvN이 주중드라마 9시 30분이라는 새로운 편성시간을 세우고 월화에 이어 수목에도 편성한 첫 타자가 거둔 승기라는 점에서 <부암동 복수자들>의 선전은 큰 의미가 있었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이렇게 된 건 이른바 ‘복자클럽’으로 모인 4인방의 면면이 현실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남편이 외도로 가진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들어오는 아픔을 겪은 정혜(이요원), 교수의 아내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일삼는 맞는 여자 미숙(명세빈), 시장통에서 생선가게를 하며 살아가면서 가진 이들의 갑질을 버텨내는 도희(라미란) 그리고 정혜가 사는 집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그렇게 자기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아버지에게 복수하려는 수겸(준). 불륜과 가정폭력, 갑질 그리고 잘못된 어른들이라는 현실의 문제들을 담은 4인방 캐릭터가 모여 연대하고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렇게 복자클럽 4인방이 뭉치게 된 이후부터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어떤 패턴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그 패턴은 이렇다. 공분을 일으키는 인물들, 이를테면 교장 홍상만(김형일)이나 교육감 선거에 나선 백영표(정석용) 그리고 이들과 공조하는 이병수(최병모)가 어떤 일들을 도모하면 복자클럽이 그 일을 방해하거나 혹은 망치거나 하는 식으로 ‘소극적인 복수’를 한다. 그 과정에서 복자클럽의 정혜, 미숙, 도희는 남다른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 클럽의 존재가 누군가에 의해 미행당하고 남편들에게 밝혀질 위기에 놓인다. 물론 그런 위기로 끝난 상황 때문에 다음 회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별 문제없이 위기를 넘기지만.

이 패턴이 3회 가까이 반복되면서 초반 드라마가 주었던 큰 기대감은 한 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가 무언가 다채롭지 못하고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뱅뱅 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복자클럽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도 너무 지지부진하고, 사실상 그렇게 드러난다고 해도 이 클럽이 그간 해온 복수의 양태가 그리 대단하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위기감 역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된 건 복수의 대상들이 보여주는 공분의 행태가 가진 무게감에 비해, 이를 응징하는 복자클럽의 복수방식이 너무 소극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중심을 치고 들어가지 못하고 대산 변죽만 울리는 것 같은 복수들의 연속. 즉 상대방의 행사를 방해하거나 혹은 굴욕을 주거나 하는 방식은 그들이 해온 공분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꺾는 복수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본격적인 전면전이 시작이 되어야 이야기 전개에 속도가 붙고 또 반전도 가능하지만 7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만 서성대고 있는 느낌이다. 

이 드라마는 12부작이다. 그러니 이미 중간 터닝 포인트를 지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시작에서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그나마 전개된 건 복자클럽이 생겼다는 정도. 정혜-도희-미숙의 연대와 그들과 자식관계로 얽힌 수겸-서연(김보라)-희수(최규진) 그리고 이들과 대결구도를 갖는 홍상만-이병수-백영표 같은 흥미로운 인물관계 역시 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전개로까지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수목에 드라마 라인업을 가지려는 tvN의 전략적 편성이 효과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