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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라미란·김선영, '응팔' 출신 연기파 배우들의 강렬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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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복수자들’ 라미란과 ‘이번 생은 처음이라’ 김선영

일찍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예고한 바 있다. 라미란과 김선영이라는 연기파 배우의 탄생을. 약 2년 전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골목집에 등장했던 이 엄마들은 당대의 따뜻했던 이웃의 풍경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 바 있다. 그리고 2년 후 이 두 배우는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확고한 입지를 만들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부암동 복수자들>의 홍도희(라미란)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지호(정소민) 엄마 김현자(김선영)는 이들이 가진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증거들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먼저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홍도희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가진 ‘서민적인 정서’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인물이다. 사실 이 ‘복자클럽’을 구성하고 있는 정혜(이요원)나 미숙(명세빈)은 서민들이라 부르긴 어려운 인물들이다. 정혜는 재벌가의 딸이고 미숙은 교육감 선거에 나선 전직 대학교수의 아내다. 그러니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도희와는 여러모로 삶의 풍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희와 정혜, 미숙이 함께 ‘복수’를 위해 클럽을 결성하게 되면서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이들이 ‘서민적 분위기’로 엮어진다. 도희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어우러지는 그들은 각자 가진 부나 지위 같은 것들을 모두 벗어놓는다. 정혜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라면에 빠지고 소맥에 취해 귀여운 주정을 부리고, 미숙은 늘 속으로만 삭여왔던 아픔들을 이들 앞에서 털어놓는다. 그리고 사실 정혜가 재벌가의 서자출신이라는 점이나 미숙 역시 고아원 출신이라는 점 등이 드러난다. 결국 도희라는 서민적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그 정서 안에서 껍질이 벗겨지고 실체로서의 그들이 하나로 어우러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라미란은 <응답하라 1988>에서 그 골목길의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다른 이웃보다 조금 잘 사는 덕에 그 이웃들을 챙겨주는 인물이며, 함께 엄마들이 모이면 맏언니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전의 <응답하라> 시리즈의 서민정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성동일이이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라미란의 존재감이 더 컸다고 말할 수 있다.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도 라미란이라는 연기파 배우의 이런 면면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지호 엄마 김현자 역할을 하고 있는 김선영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김선영의 역할은 중심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지호가 ‘필요’에 의해 결혼식을 하는 시퀀스에서 짧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 같은 것들을 연기로 잘 표현해냈고, 무엇보다 사위에게 쓰는 편지 한 장을 통해 절절한 모정을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김현자라는 엄마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 서민 엄마 특유의 퉁명스러우면서도 속으로는 깊은 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자신은 좀 힘겹게 살아왔어도 딸만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여성적 관점에서의 모성애를 그려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류준열) 엄마와 선우(고경표) 엄마로 각각 나왔던 라미란과 김선영. 그 때 이미 보여줬던 그 가능성들은 이제 실체가 되어 저마다의 존재감으로 피어나고 있다. 수많은 엄마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서민 엄마들의 따뜻함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엄마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들 또한 척척 해내는 천생 연기자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