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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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 논란? 남장을 하라!

D.H.Jung 2008. 2. 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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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자 캐릭터, 왜 성공의 공식이 됐나

작년 가장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켰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윤은혜라는 연기자를 재탄생시켰다. 그간 윤은혜는 가수 출신 연기자로서 수많은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적이 있다. 베이비 복스 멤버로서 첫 연기 도전을 했던 ‘궁’은 그 자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유독 윤은혜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꺼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 후에 출연한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왜 가수 출신 연기자에게 연기력 논란이 많을까
연기력 논란은 연기자보다는 가수출신 연기자들에게 더 많은데, 그 이유는 이들이 연기력으로서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타 연기자들보다 그 잣대는 더 냉정할 수밖에 없다. 조금 엇나가는 대사만 해도 “가수나 하지”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온다. 게다가 캐릭터가 특징적이지 않고 전형적일 경우에는 잘 소화해내고 있어도 연기자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연기자의 성격에 맞췄다는, 따라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본래 성격이 그렇다는 섣부른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윤은혜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이란 남장여자 캐릭터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먼저 짧게 머리를 커트 한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에서 여성스러움을 버렸다. 자장면 다섯 그릇을 거침없이 먹어대고 사내 한 명 정도는 너끈하게 둘러업을 수 있는 괴력을 발휘하며 때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도 하는 털털 그 이상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궁’과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도 털털한 이미지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연기력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이미지가 동일했고, 그만큼의 파격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남장여자는 ‘털털한 척 하며 예쁜 척 하는 듯 보이는’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버리기에 충분히 강한 캐릭터였다.

허이녹은 고은찬을 닮았다
이것은 ‘쾌도 홍길동’에서 허이녹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유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기 시작한 ‘어느 멋진 날’과 ‘눈의 여왕’에서의 그녀 역시 청순가련형의 과거형 캐릭터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캐릭터로는 그녀의 가수로서 누려온 이미지의 연장일 뿐, 연기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허이녹은 저 고은찬과 유사하게도 먹는 것을 무지하게 밝히며, 남자들처럼 건들대기도 하고, 때론 바보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캐릭터다. 우는 장면에 있어서도 예쁘게 우는 것이 아니라 눈물 콧물이 뒤범벅되면서 마구 울어버리는 그런 캐릭터. 여기서 ‘예쁜 척’이란 발목을 잡는 여성스러움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다지도 여성스러움을 버리는 것일까. 그것이 단지 가장 파격적인 변화를 통한 연기력 검증을 받기 위한 선택일까. 그렇지 않다. 여성 캐릭터의 여성스러움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거부감이 많기 마련이다. 게다가 멋진 남성 캐릭터 옆에서 예쁜 척하는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거부감을 넘어 비호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남장여자는 다르다. 일단 보이시한 매력이 여성들에게도 어필하는 면이 있다. 예쁘다기보다는 그 털털한 면이 귀엽게 다가가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 시청자들을 ‘남장’이란 장치로 충분히 감정이입 하게 만든 상태에서는 이제 그 드라마 속의 본래 역할 ‘여자’로 돌아가도 그것은 하나의 매력으로 변한다. 고은찬이 드라마 후반부에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면서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남장여자 캐릭터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이것은 연기하는 당사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고은찬 역할로 보이시한 매력을 어필했던 윤은혜가 드라마가 끝나고 섹시한 이미지의 사진을 선보였을 때 나오는 반응은, 과거처럼 ‘또 예쁜 척 하네?’가 아니라 ‘이런 면도 있었어?’라는 호의적인 반응이다.

국민여동생이란 이미지로 굳어져 있어 연기변신에 난항을 겪고 있는 문근영이 남장여자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도 바로 이 캐릭터의 이런 장점들을 활용하기 위함이 분명하다.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에서 성숙한 역할을 선보였지만 어필하지 못한 것은 그 역할 또한 국민여동생이란 이미지를 뛰어넘기에는 너무나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연기력 논란이나, 이미지 변신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연기자가 있다면 ‘남장을 하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남장여자로 문제를 해결했다면 그 후에는 그에 필적하는 강한 캐릭터에 도전하거나, 남장여자 캐릭터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남장여자 캐릭터 또한 연기자라면 깨고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