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하나뿐인 내편', 최수종 연기력도 유이 매력도 안 통한다는 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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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내편', 최수종 연기력도 유이 매력도 안 통한다는 건

D.H.Jung 2018. 9. 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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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박하는 계모, 출생의 비밀, 신파... ‘하나뿐인 내편’의 진부한 현주소

시간을 한 30년 넘게 되돌린 것 같다. KBS 새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은 아주 오래된 신파극의 설정이 고스란히 재연되어 있다. 병에 걸린 아내를 어떻게든 살리려 돈을 빌리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두 차례의 살인과 강도, 결국 아내는 사망하고 살인죄로 감옥에 가게 되는 현대판 장발장 강수일(최수종). 그를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해 고아원에 보내진 그의 딸을 자신의 딸처럼 키우는 김동철(이두일). 그 집안에서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며 자란 콩쥐 혹은 신데렐라 김도란(유이), 도란을 구박하고 친딸인 김미란(나혜미)만을 챙기다 결국 그 출생의 비밀을 터트리는 소양자(임예진), 그 충격에 집을 나간 도란을 찾아 나섰다가 사고로 김동철이 죽게 되자 그 집에서 쫓겨나 울며 걸어가는 도란을 우연히 발견해 뒤따라가는 친아버지 강수일...

<하나뿐인 내편>은 우리가 그토록 많이 봐왔던 아침드라마의 그 흔한 설정들이 뒤범벅되어 있다. 그래서 단 2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시청자들은 대충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 지를 가늠한다. 결국 아버지임을 숨긴 채 김도란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돕는 강수일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신파 설정), 김도란과 재벌2세 왕대륙(이장우)이 조금씩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김도란의 친아버지가 살인자였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랑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출생의 비밀 설정).

물론 이런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일 뿐이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 전개가 나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하지만, 드라마의 대사나 연출을 보면 그런 기대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나뿐인 내편>에는 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혼잣말을 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사실 연극적인 연출에서 시작한 독백 혹은 방백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너무나 현실감을 깨기 때문이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지만 세상에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혼잣말은 이 드라마의 대본이 너무나 이야기 전달에만 집중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낸다. 인물의 대사와 행동들이 겹쳐지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그 상황을 이해하게 해야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그걸 인물의 혼잣말로 설명한다. 물론 한두 차례 꼭 필요한 상황에서야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그것이 하나의 작법처럼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다. 

게다가 작품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전형적이다. 죄책감과 가족에 대한 헌신이 더해져 유일한 ‘내 편’인 딸을 위해 뭐든 해주려 할 강수일이 그렇고, 외로워도 힘들어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 딸 김도란이 그렇다. 왕대륙은 너무나 전형적인 재벌2세의 모습 그대로다. 2회 만에 뒷목 잡게 만드는 소양자 같은 인물도 마찬가지다. 

이야기 전개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기보다는 극적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적 작가의 개입이 너무나 많다. 도란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금옥(이용이) 같은 인물이 등장하게 되면서 김동철은 도란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려 하고, 그 일이 사단이 되어 소양자가 그 출생의 비밀을 터트려버린다. 그 과정은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지만 어딘가 의도적인 흐름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되다보니 연기도 주목되지 않는다. 연기도 어느 정도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야 돋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족드라마로 들어온 최수종도, 너무 주말드라마에 많이 나와 그 캐릭터가 반복되고 있는 듯한 유이도, 또 매력을 좀체 느끼기 어려운 이장우도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래서 도대체 <하나뿐인 내편>이 하려는 이야기는 뭘까. 그건 이미 제목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세상에 내편 하나 있으면 누구나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신파와 출생의 비밀이 버무려져 결국 그 귀착점은 다시금 오래 전부터 전가의 보도처럼 메시지로 등장했던 ‘가족주의’다. 물론 가족드라마가 ‘가족주의’를 드러내는 건 어쩌면 태생적인 한계일 수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금의 달라진 우리네 가족의 양태 속에서 어떤 고민 같은 게 담겨져야 하는 게 아닐까. 

만일 그 가족주의가 혈육의 끈끈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신파적 설정으로 그려진다면 <하나뿐인 내편>은 그나마 있는 편들도 잃을 지도 모른다. 그건 너무 알고 있는 이야기, 그것도 아침드라마를 구성하는 달라진 시대와 맞지 않는 틀을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KBS 주말드라마가 지금껏 유지되어온 힘은 가족드라마의 틀을 지켜내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우리 시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족의 변화를 담아내고 고민해보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별 기대감이 사라진 채 틀어놓고 있는 아침드라마와 다를 게 뭔가.(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