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아베정권에게 전봉준 사진의 의미를 전해주고 싶다
“모두 고개를 드시오! 고개를 들고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시오. 그대들 눈에 눈물 대신 우리를 담으란 말이오.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란 말이외다. 우리를 기억하는 한 두 번 지진 않을 것이요!”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에서 전봉준(최무성)은 슬퍼하는 민초들에게 그렇게 외쳤다. 이제 죽어야할 길을 걸어가는 그는 끝까지 의연했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다.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라’는 그 말은 어쩌면 <녹두꽃>이라는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였을 게다. 이미 역사 속에서 실패한 혁명으로 알고 있는 이 이야기를 굳이 드라마로 재연하려 했던 뜻이 그것이었다. 그 슬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 말이다.
전봉준은 우금티 전투에서의 참패에 대해서도 “실패했지만 틀리진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미 문명이라는 화려한 가면을 쓴 야만의 실체를 가진 일제를 꿰뚫어보고 있었고, 끝까지 자신을 회유하려던 매국노 백이현(윤시윤)에게 오히려 “넌 속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일제의 행보를 ‘개항’이라 생각했던 백이현에게 다케다(이기찬)는 “왜 그리 순진하냐”며 그것이 결국은 영토 확장이었다는 걸 털어놓았다.
또한 전봉준이 백이강(조정석)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나 백이강 나아가 동학군들 모두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켰다. “장군헌티 녹두꽃이 만개한 시상을 보여드려야 허는디...”라는 백이강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전봉준은 이렇게 말했다. “녹두꽃은 내 이미 숱하게 보았다”고. 고부서부터 우금티까지 함께 했던 민초들이 이미 활짝 피어났던 녹두꽃이었다는 걸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녹두꽃>으로 다뤄지기 전까지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 우리네 드라마들은 그다지 깊게 들여다본 적이 별로 없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사책에 살짝 언급되어 있었지만 그 몇 줄의 기록이 어떤 의미들인지를 실감하게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동학농민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건 역사책에 담긴 한 장의 사진이었다. 결박되어 끌려가면서 찍은 사진.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보이던 그 의연하고 결연한 전봉준의 모습.
<녹두꽃>은 그 사진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사형 판결을 받고 돌아가는 전봉준의 모습을 송자인(한예인)이 사진 한 장으로 남기는 대목을 통해서였다. “전주에서 그러셨지요.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라고요. 이제 모두가 장군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저것을 똑바로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것은 백성이고 후손으로 태어날 자들이다.” 그 사진 한 장은 그래서 슬픔의 역사를 기록을 통해 기억하게 하는 역사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일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아베정권의 행태는 이런 포장된 야만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걸 말해준다. <녹두꽃>이 재연해낸 전봉준의 말과 사진 한 장의 의미가 더 남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이유다. 물론 근대로 회귀하려는 듯한 시대착오적 야만의 행태들은 역사가 말해주듯이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스스로의 목을 죄게 될 것이지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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