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캠핑클럽' 이효리·이진의 개인사에 우리도 깊이 빠져드는 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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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 이효리·이진의 개인사에 우리도 깊이 빠져드는 건

D.H.Jung 2019. 8. 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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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 이들의 캠핑여행에 우리도 동승하게 되는 이유

 

새벽 경주 화랑의 언덕에 해가 떠오른다. 너무 예쁜 모습에 이진은 한참 꿈나라에 있는 옥주현과 성유리도 그걸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번은 보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옆에 있던 이효리가 말한다. “애들도 때가 되면 보겠지. 다 때가 있는 거 아니겠어?”

 

JTBC 예능 <캠핑클럽> 캠핑 4일 차, 해돋이를 보며 이효리와 이진이 나누는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이효리는 아마도 이 캠핑여행을 오기 전부터 이들과 하고팠지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모양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먼저 꺼내 보인다. “너는 어떻게 잘 다 받아줘? 잘 이해하고?”

 

이효리가 불쑥 던지는 그 말은 이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는 그렇지 않다며 자신도 불편할 때가 많지만 고맙고 미안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말로 내놓지 않았지만 싫다는 내색을 늘 표정에 드러내며 했다는 것. 그걸 받아줬던 멤버들이 고마웠다며 그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이진은 조용히 눈을 훔친다. 왜 우냐고 웃다가 이효리도 전염된 듯 눈이 촉촉해진다.

 

이진은 갑자기 “어제도 미안했었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자신의 말투가 직선적이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다는 것. 그러자 이효리는 이제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생각하는 나이가 됐다며 이진과 함께 핑클 시절을 회고한다. 이진은 “유리는 챙겨주고 싶고 주현이한테는 기대고 싶다”며 이효리에게는 여기 오기 전에는 잘 몰랐다고 말한다. 자신과 이렇게 비슷한 성격일 거라고는. 21년 만에 알게 된 동질감에 공감하며 두 사람은 미소 짓는다.

 

이효리는 그간 말하지 못하고 풀리지 못했던 ‘응어리’가 있다며 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너무 달랐던 그들. 이효리는 세 사람이 함께 어울리고 있는데 자신만 빠져 있는 상황을 느끼며 “내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게다. 이효리는 자신이 “혼자 있는 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실제로 그는 캠핑에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고 요가를 하고 불을 피워 차를 마시고 혼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한다. 다른 멤버들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달라진 점도 있다. 그것은 해돋이를 함께 보고 있는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같이 일어나 준 이진이 있었고, 그와 함께 있어 좋았던 시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여기 오기 전까지 “너네가 날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아마도 자신이 잘못한 게 많아서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했다. 이진은 다만 함께 이렇게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전날 낮에도 경주의 어느 피맥집에서 그들은 핑클 시절 각자 다른 것에 대해서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자신들을 이야기했었다. 성유리는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캠핑클럽>은 어쩌면 한때 핑클로 지냈던 멤버 네 사람의 지극히 사적인 여행을 담아내는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서 저들의 이야기에 우리가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그건 아마도 <캠핑클럽>이 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건네는 남다른 위로와 위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때 치열했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어느 새 나이 들어 “그때는 왜 그랬을까”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누구나 겪기 마련인 늘 미숙해서 미안하고 후회됐던 관계에 대한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그 때는 그것이 응어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질.

 

어느 새벽 해돋이 앞에서 이효리와 이진이 나누는 진솔한 대화에 우리가 깊이 빠져드는 건, 저마다 개성이 강해 부딪치기도 했던 이들이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늘 갖고 있었다는 걸 확인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발견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캠핑클럽>은 저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아픔도 오해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풀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해가 져도 다시 뜨는 것처럼.(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