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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통쾌한 웃음이 가난한 자의 것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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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권위가 무너지면 웃음이 터진다

이름도 요상한 ‘닥터피쉬’라는 록그룹. 마치 자신이 전설적인 록그룹인 양 건들대지만 정작 팬이라고는 단 한 명뿐이다. 숫자로 보면 팬(양상국)보다 그룹(유세윤, 이종훈)이 더 많은 셈이다. 재미있는 건, 그 한 명의 광적인 팬 때문에 경호원(송병철)이 무대 앞에서 과잉 경호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스타와 팬 사이에 팬덤이란 관계로 만들어지는 권력의 양상을 모두 뒤집어놓은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스타는 권위를 가진 존재이지만, 지금은 거꾸로 팬이 스타보다 더 권위를 가진 존재들이다. 그러니 ‘닥터피쉬’는 먼저 단 하나의 팬 앞에서 거들먹대는 것으로 과거에 비해 현저히 무너진 스타의 권위를 보여준 후, 따라서 팬덤으로 대변되는 권위 또한 허망한 것이라는 걸 드러낸다. 따라서 이 코너는 겉으로 보면 아무 의미가 없는 행위들의 반복으로 보여진다. 서로 세워진 양자(즉 스타와 팬)를 서로 부정하는 형태로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조선왕조부록’은 코너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권위, 혹은 그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 사극의 권위를 해체하는데서 웃음을 찾아낸다. 코너에서도 스스로 밝혔듯이 여기서 6개월이나 등장하고도 그 이름이나 얼굴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배역은 왕이다. 한번씩 왕이 등장하지만 그저 엉뚱한 소리 한 마디하고는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신 이 코너의 주역은 원빈(박지선)이다. 원빈은 저 스스로 못생긴 얼굴을 무기로 들이대면서 이른바 불꽃 싸다구(싸대기)를 연실 날린다. 박지선의 행보 하나하나는 왕조라는 거창한 텍스트에 거침없이 싸다구를 날리는 형국이다.

연예계가 또 하나의 권위가 되고 있다는 것은 ‘닥터피쉬’와 함께 지난 ‘리얼스토리 뭐’에서 선보인, ‘품바로 재해석한 연예인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코너는 TVN의 ‘리얼스토리 묘’를 패러디한 것으로, 르뽀 형식을 하고는 있지만 실상은 엿보기 취미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그 프로그램을 희화화했다. 품바의 각설이 타령으로 유명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재해석하자 그것들은 순간적으로 거지의 이미지로 재포장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연예계에 대한 이러한 희화화는 스스로 비호감을 작정하고 악플을 날리는 왕비호(윤형빈) 캐릭터에까지 이어진다.

‘출동 김반장’은 최근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는 스릴러 영화가 가진 인기의 또 다른 측면이다. 그것은 각종 유괴 살인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같은 영화가 반영하듯, 불안하기만 한 사회와 그럼에도 미덥지 못한 경찰력에 대한 유쾌한 풍자다. 김반장(김준호)은 심각한 현장 속에서 엉뚱한 말과 비논리적인 추리를 해대면서 그 간극(긴장된 현실과 너무나 상반된 대응 사이의)에서 비롯되는 웃음을 포착해낸다.

이 밖에도 ‘개그 콘서트’에는 수많은 권위에 대한 풍자가 가득하다. ‘많이 컸네 황회장’은 깐죽대는 김실장(김기열)에 무너지는 황회장(황현희)을 통해 졸부 근성을 가진 권위를 꼬집고,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는 영어를 입에 달고 수업보다는 거의 성추행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준교수(송준근)를 통해 식자층을 꼬집는다. ‘박대박’과 ‘달인’은 포맷은 달라도 그 주된 내용은 전문가라 자칭하는 자들을 꼬집는 코너다. 차이가 있다면 그 권위자가 ‘박대박’에서는 말장난만을 일삼는 자인데 반해, ‘달인’에서는 거짓말을 밥먹듯 한다는 점뿐이다.

권위에 대한 풍자가 가득한 ‘개그 콘서트’는, 어찌 보면 웃음이라는 것이 본래 여기서부터 유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많은 개그맨들이 바보라는 가면을 쓰고 세상을 비웃었으며, 저 스스로 권위자가 되어 여지없이 무너져주었다. 짧은 순간이나마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시원했다면 그것은 웃음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이것은 또 거꾸로 보면 사회가 구석구석 이상한 권위들(권위도 아니지만 권위인 척 하는)을 계속 양산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참으로 이런 통쾌한 웃음이란 못 가진 자들의 것이란 생각이 든다. 웃음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상한 권위자들의 마음 한 구석은 그저 웃을 수만은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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