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김혜수와 주지훈의 물고 뜯는 케미만으로
시작부터 강렬하다. SBS 새 금토드라마 <하이에나>는 제목에 걸맞는 물고 뜯는 인물들의 육박전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시그널> 이후 4년 만의 김혜수 드라마 복귀작, <뿌리깊은 나무>와 <별에서 온 그대>의 스타 PD 장태유, 그리고 최근 영화 <신과 함께>, <암수살인>은 물론이고 드라마 <킹덤>으로 대세배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주지훈까지. 만만찮은 배우들과 감독의 만남으로 한껏 기대감을 높였던 <하이에나>는 이들이 어째서 이 작품을 선택했는가를 그 쫄깃한 작품의 힘으로 증명해 보여줬다.
<하이에나>가 첫 회부터 특히 강렬하게 다가왔던 건 정금자(김혜수)라는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다. 충 법률사무소 변호사인 정금자는 자신이 맡은 이혼 변호를 위해 법무법인 송&김에서 잘 나가는 엘리트 변호사 윤희재(주지훈)에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윤희재는 정체를 모른 채 정금자에게 빠져들지만, 그것이 윤희재가 맡은 하찬호(지현준) 대표의 이혼소송에서 정금자가 이기기 위해 만든 덫이라는 걸 법정에서 알고는 멘붕에 빠진다. 결국 윤희재로부터 슬쩍 빼돌린 하찬호의 진료기록을 증거로 정금자는 이혼소송에서 자녀양육권을 가져가고 합의금도 받아낸다.
보통의 남녀 캐릭터가 등장하면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그런 흔한 이야기를 <하이에나>는 간단히 뒤집어 놓는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윤희재가 여전히 정금자에게 이빨을 드러내면서도 미련을 갖는 모습과 상반되게, 정금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로 그려낸다. 돈을 벌기 위해서, 그렇게 모은 돈으로 빌딩을 사기 위해서라면 사랑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라니.
사랑 타령만하는 캐릭터보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던지는 정금자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대적하고 있는 세계가 가진 것 없고 스펙 없는 그 같은 인물에게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빌딩을 선글라스를 낀 채 올려다보는 정금자의 모습은 그래서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자못 비장한 느낌마저 준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저 장벽을 그가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자못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윤희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의뢰인들의 뒤를 닦아주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승소한 후, 쏟아져 나오는 악플들을 읽으며 그것이 자신의 승리의 증거라고 즐거워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의 뒤통수를 친 정금자에게 큰 충격을 받지만, 어딘지 그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은 듯한 인상을 남긴다. 윤희재와 정금자는 그래서 향후 사사건건 으르렁대며 물어뜯을 것이지만 동시에 의외의 케미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평이한 선악대결이 아니라, 악당들끼리 치고받는 싸움이라 <하이에나>는 더 마음을 사로잡는 면이 있다. 선이 이기는 흔한 판타지가 더 이상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그 현실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스스로도 썩은 고기를 물어뜯어야 한다는 정금자의 처절함이 어떤 공감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사랑조차 성공을 위해 이용하는 이 캐릭터의 매력에 첫 회부터 빠져드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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