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2' 한석규가 끝까지 뒤집어진 버스 떠나지 않는 까닭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종영에 즈음해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는 그런 질문을 던졌다. 사고로 버스가 전복된 상황에 살아남기 위해 탈출했던 박민국(김주헌) 교수는 그 곳에서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나섰던 김사부(한석규)를 보며 의사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자괴감은 어떻게든 김사부를 이겨 자신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려는 집착을 만들었고 급기야 수술도중 죽은 환자를 이용해 돌담병원을 위기에 몰아넣는 짓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김사부가 박민국에게 질타한 건 “환자의 죽음을 놓고 정치질 하는 것”이었다.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한 사실을 무마해주겠다며 도윤완(최진호) 이사장이 제안한 ‘진상조사단을 통한 돌담병원 해체’를 위해 환자가 남겼던 수술 과정 전체 대한 동의안을 숨기려 했기 때문이다. 수술 중 안타깝게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죽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
“숨기지 말아야 될 서류 숨기고, 지켜내야 할 자기 팀원들까지 잘라내 버리고, 그리고 이제는 건들지 말아야 될 이 돌담병원까지 건드려가면서 대체 박원장 당신이 얻는 게 뭐야?” 김사부의 일갈에 박민국은 결국 숨겨왔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가 원한 건 ‘김사부의 실패’였다. 김사부가 전복된 버스에서 떠나지 않은 것, 나아가 돌담병원에서 환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돌보고 있는 것, 그런 것들이 위선이자 만용이며 잘난 척 하는 것이고 미친 짓이라 치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돌담병원은 이미 뒤집어진 버스야. 아무리 CPR(심폐소생술)해봤자 살려낼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갔다고” 박민국 교수의 이 말은 <낭만닥터 김사부2>가 돌담병원이라는 가상의 병원을 통해 우리네 현실을 은유하려 했다는 걸 잘 드러낸다. 돌담병원이 뒤집어진 버스라는 은유는 응급의료체계에 위기를 맞은 우리네 현실을 말하는 것이니까.
사고로 위중한 환자를 병원이 이익을 낼 수 없다며 받지 않아 거리를 전전하다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네 응급의료시스템이 가진 문제라고 김사부는 일갈하고 있다. 김사부가 고수하고 있는 이 ‘낭만적’ 선택을 ‘미친 짓’이라며 그 전복된 버스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이 드라마가 김사부를 통해 하는 말은 서늘하게도 자본에 혹은 제 이익에만 눈이 멀어 돌아가는 세상에 일침을 날린다. “살릴 자신 없다고 그렇게 미리 사망선고 때려버리면 안되지.”
코로나19가 전국적인 전파 양상을 띠며 위기에 몰려 있는 현 상황에 김사부의 일갈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한 사람이라도 살리겠다고 위험할 수 있는 곳에서조차 환자들을 돌보다 감염되는 의료진들이 있는 마당에, 더 이상의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마당에, 누군가는 굳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정치적 이익을 말하며 그 아집과 억지에 심지어 신을 들먹인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물론 이런 코로나19 같은 실제 위기상황이 생기기 훨씬 전에 기획되어 만들어진 것이지만, 또 그것은 시즌1이 방영됐던 4년 전과 같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지만 여전히 지금 이 상황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갑자기 전복된 버스 안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만 살겠다고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갈 것인가. 물론 김사부의 말처럼 노력한다 해도 다 살릴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만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다 같이 한 마음으로 대처하는 것만이 위기 극복의 길이 되지 않을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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