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외출', 한혜진 가족의 비극이 꼬집은 우리네 육아문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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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한혜진 가족의 비극이 꼬집은 우리네 육아문제

D.H.Jung 2020. 5. 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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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비극

 

도대체 이 비극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 걸까. 아이가 아파트 창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한정은(한혜진)과 이우철(김태훈)은 맞벌이 부부였고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친정엄마 최순옥(김미경)이 시골에서 올라와 있던 중이었다. 마침 계약직 사원 신소희(윤소희)를 위한 회식 때문에 늦게 된 한정은은 전화 저편에서 기침을 하는 엄마에게 감기약을 드시라고 했고, 그 약을 먹고 깜박 잠이 든 사이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었다.

 

tvN 2부작 드라마 <외출>은 한정은의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아이. 가족이 온전할 리 없었다. 창가에만 가도 공포에 질려버리는 한정은은 그래도 회사생활을 억지로 버텨내고 있었고, 엄마 최순옥은 자신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 남편 이우철은 이 비극 속에서 아내와 장모를 애써 챙기려 노력했다.

 

한정은은 이 사건이 엄마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앉아 있는 것도, 함께 밥을 먹는 것도 힘겨워했다. 실제로 시골에 사는 엄마를 굳이 서울 집으로까지 오게 한 건 한정은 자신이었다. 아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에 엄마는 도와주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첫 회의 말미에 이르러 한정은은 이 비극에 숨겨진 사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고가 있던 날 엄마는 잠이 든 게 아니라 아이를 재우고 잠시 외출을 한 것이었다. 최순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 그래서였다.

 

<외출>은 아이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한정은네 가족이 겪는 고통을 다루고 있지만, 실상 다루려고 하는 건 육아문제다. 드라마는 한정은의 회사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꺼내놓는다. 계약직인 신소희를 정규직으로 하는 것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스크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성이기 때문에 결혼해 출산을 하게 되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휴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암묵적인 차별의 시선이 깔려 있다. 부정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사회는 여전히 이런 차별의 시선이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면 재취업이 어렵다는 현실은 여성 스스로도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는 등의 선택을 꺼리게 만든다. 한정은이 굳이 엄마에게 아이를 돌봐 달라 부탁을 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어째서 아이를 마음 놓고 출산하고 육아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걸까. 어째서 회사 내에서도 그런 복리는 준비되어지지 않는 걸까. 남성의 육아휴직이 과거보다는 늘었다고 하지만 왜 여전히 아주 적은 수치에 머물고 있는 걸까. 육아를 위해 경력이 잠시 끊겼다고 해도 어째서 그 경력이 계속 이어지게 할 수는 없는 걸까. 나아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잠재적 휴직자 취급을 받으며 차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걸까.

 

<외출>은 2부작 드라마지만 거기에 걸맞는 단편으로서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한정은과 최순옥 모녀의 절절한 아픔과 고통이 이 땅에 사는 무수한 엄마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육아문제가 그저 개인이 감당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할 일이라는 걸 드라마는 아프게도 꼬집고 있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