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쌍갑포차'의 독특한 세계관, 그래서 가능한 특별한 위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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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갑포차'의 독특한 세계관, 그래서 가능한 특별한 위로

D.H.Jung 2020. 6.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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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한 데 웃기고 설레는 '쌍갑포차', 이 복합감정의 정체는

 

짠한 데 웃기고 때론 설레는 이 이상한 감정은 뭘까. JTBC 수목드라마 <쌍갑포차>가 주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쌍갑포차를 찾아온 손님들의 사연은 짠하기 그지없는데, 그 사연을 듣고 그 원을 풀어주는 월주(황정음)와 귀반장(최원영) 그리고 한강배(육성재)의 활약은 코미디 그 자체다. 여기에 한강배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강여린(정다은)과의 멜로나 월주와 귀반장의 심상찮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설렘까지 더해진다.

 

사실 너무 많은 복합적인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나열되면 자칫 드라마의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쌍갑포차>는 때론 아슬아슬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슬픈 사연이 전개되는 와중에, 한강배와 강여린이 사내에서 벌어지는 댄스 대회에 함께 나가며 멜로를 피워가는 이야기가 더해지는 건 다소 드라마가 주는 감정을 오락가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슬픔과 행복, 아픔과 설렘 같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감정선들이 한 회에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쌍갑포차>는 그런 감정의 섞임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난임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해 힘겨워하는 부부의 사연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주가 삼신(오영실)을 찾아가 태몽구슬을 훔치는 코믹한 과정이 잘 섞여있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것이 가능한 건 <쌍갑포차>의 세계관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심지어 꿈의 세계인 그승까지) 초현실적 세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죽은 자와 산 자가 겹쳐지고, 죽어도 끝이 아닌 불교적 세계관이 더해져 있다. 그래서 인간사에서 느껴지는 슬픔이나 고통들은 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세계 속에서는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일들로 치부된다.

 

사실 죽은 자의 원을 풀어주는 이야기만큼 극적이고 짠한 것도 없다. 그 많은 <전설의 고향>의 원혼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그렇지 않은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 사연의 무게가 결코 적을 수는 없다. 게다가 죽은 자의 이야기가 산 자와 엮어지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쌍갑포차>는 두 세계를 넘나드는 월주, 귀반장, 한강배 같은 존재들을 캐릭터로 집어넣어 보다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드라마는 사연자의 먹먹한 이야기가 전하는 우리네 현실의 팍팍함 같은 것들을 끄집어내지만, 저승까지 넘나들며 풀어내는 해결과정 그 자체를 통해 그 힘겨운 문제들이 사실은 별거 아닐 수 있다고 위로한다.

 

그래서 <쌍갑포차>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훌쩍 뛰어넘게 해주는 고전적인 설화나 전설이 가진 효용성을 보여준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난임부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몽구슬을 갖고 마치 공놀이라도 하듯 던지고 받는 그 장면들 같은 게 다소 황당하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코믹하고 가벼운 장면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분명히 느껴진다. 현실에서 겪는 도무지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에 너무 심각해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