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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꼰대인턴' 김응수·박해진, 꼰대도 인턴도 결국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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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의외로 끈끈한 박해진과 김응수의 케미가 말해주는 건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에서 가열찬(박해진)과 이만식(김응수)은 서로 으르렁대는 대결구도를 가진 인물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열찬이 옹골 라면사업부에서 인턴으로 일했을 때 당시 부장으로 그에게 꼰대 짓을 했던 이가 바로 이만식이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준수식품에서 핫닭면을 성공시켜 승승장구하는 가열찬의 팀에 옹골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전전하던 이만식이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정반대의 상황은 이제 가열찬의 이만식에 대한 복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만식 또한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다. 그 역시 이 팀에 들어오게 된 것이 다 나름의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준수식품에서 잘나가는 가열찬을 견제하려는 2세 경영인인 대표 남궁준수(박기웅)의 요청으로 안상종 마케팅 영업본부장이 친구인 이만식을 끌어와 일부러 가열찬의 팀에 넣은 것.

 

회사 내 서열로는 가열찬이 이만식에게 꼰대 짓을 할 것 같은 구도지만, 이만식 같은 꼰대 짓을 하지 않고 팀의 존경을 받으며 살겠다 마음먹었던 가열찬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이만식과 같은 사람이 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둘이 있을 때는 으르렁대지만 팀원들 앞에서는 천사 같은 상사의 모습을 애써 연기한다.

 

<꼰대인턴>은 이처럼 역전된 관계가 주는 웃음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드라마지만 흥미롭게도 거기에 머무는 드라마는 아니다. 의외로 가열찬과 이만식은 팀이 처한 어떤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면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며 보상을 대놓고 요구하는 진상 고객을 응대하는 데 있어서 이만식과 가열찬은 그 방식이 달랐다. 이만식은 기선제압을 하려 했고 가열찬은 고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진상고객이 같은 팀 인턴인 이태리(한지은)의 옛 남자친구였다는 게 밝혀지고 그래서 은근히 이태리와 다시 관계를 이어가는 걸 문제해결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진상고객에게 가열찬은 팀원 한 사람이 더 소중하다며 일갈하고, 결국 진상고객이 언론에 나서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흥미로운 건 대기발령을 받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가열찬을 이만식이 돕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라면에서 나온 바퀴벌레의 유전자검사(?)를 통해 그 바퀴벌레가 진상고객의 집에서 나온 거라는 걸 밝혀낸다. 그런데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 가열찬이 이만식이 남모르게 돌보고 있었던 과거 옹골 때문에 자살시도를 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국밥집 사장님의 병원비를 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열찬 역시 그 일을 알고는 이만식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병원비를 냈던 것이고.

 

<꼰대인턴>은 꼰대와 인턴이라는 직장 내 관계가 만들어내는 갑과 을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뒤집어 놓았다는 건 역지사지를 통한 어떤 소통의 물꼬를 이 작품이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래서 가열찬과 이만식은 둘 다 회사 내에서 계속 엮이게 된 관계의 악연으로 부딪치게 되지만, 그러면서도 의외로 문제를 함께 해결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건 무얼 말해주는 걸까. 결국 꼰대든 인턴이든 어떤 일터 같은 특수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위계와 서열에 의해 그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걸 벗어버리고 나면 둘 다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일에 감정이 움직이고, 상처에 아파하고, 때론 함께 해낸 일에 기뻐하기도 하는 사람. 꼰대와 인턴이라는 외피를 어쩔 수 없이 쓰고 있지만 그 누가 그런 존재가 되고 싶겠는가 하고 드라마는 가열찬과 이만식의 의외로 끈끈한 케미를 통해 묻고 있다.(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