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반도', 눈물의 강동원보다 액션 좋은 이레가 돋보이는 건

728x90

'반도', 좀더 쿨한 강동원이었다면 어땠을까

 

<부산행> 그 후 4년. 바로 이 문구만으로도 연상호 감독의 <반도>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K좀비라는 지칭이 나올 정도로 '한국형 좀비'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살아있다> 같은 올 여름을 겨냥한 좀비물이 이미 등장했던 터라, <반도>에 거는 기대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을까. 뚜껑을 연 <반도>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확연히 갈린다. 별 생각 없이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액션을 즐기고 싶은 관객이라면 좀비 떼들과 두 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이는 그 시간에 푹 빠져들 수 있다. 공포와 스릴러와 액션이 잘 버무려진 작품인데다, 무엇보다 이러한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공간이 할애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울 수 있다.

 

<반도>에서 압권은 자동차를 타고 벌이는 액션 신이다. 마치 차가 날아서 이단 옆차기를 하는 것 같은 실감을 주는 자동차 액션은 마치 <매드맥스>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특히 좀비떼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원들이 특수 개조된 차량을 몰고 도주하는 정석(강동원) 일행을 추격하고 또 따돌리는 액션은 우리도 이런 액션이 가능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게다가 폐허가 된 인천항이나 오목교의 살풍경 같은 공간들을 종말론적인 분위기로 그려내는 대목이나, 무엇보다 마치 하나의 행위예술을 보는 것만 같은 좀비 떼들의 소름끼치는 동작들과 마치 그림처럼 묘하게 뒤섞인 모습은 대단히 독특하다. 만일 <부산행>에 이어 <반도>까지 K좀비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어쩌면 그 지분의 상당 부분은 좀비 역할을 한 배우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좋은 액션과 연출에도 불구하고 <반도>가 남기는 가장 큰 아쉬움은 너무 평이한 인물을 신파적 구도 속에서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정석이 바로 그렇다. 그는 좀비 천지가 된 한국에서 배를 타고 홍콩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누나와 조카를 잃는 아픔을 겪는다. 바로 이 지점이 정석의 캐릭터를 다소 신파적으로 만든 이유다.

 

그를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진 존재로 세웠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간 반도에서 만난 민정(이정현)의 가족과 벌이는 에피소드들이 다소 감정과잉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정석의 캐릭터는 액션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러한 아픈 감정을 얹는 역할이 더 많이 부여되어 있다. 대신 액션은 대부분 정석이 반도에서 만난 민정(이정현)과 그 가족들인 준이(이레), 유진(이예원)이 맡는다.

 

그래서인지 액션을 맡은 민정과 준이, 유진은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반면, 정석의 매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민정의 가족 중 첫째 딸 준이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액션을 맡고 있어서인지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다.

 

주인공인 정석보다 서브에 가까운 준이가 더 주목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는 이 영화가 가진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액션은 좋은데 감정 과잉은 어딘지 한계를 남긴다는 것. 트라우마 때문에 시종일관 인상 쓰고 있는 주인공보다 좀 더 껄렁하거나 쿨한 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사진:영화 '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