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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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가 꺼내놓은 선택의 문제, 공감할 수밖에 없는 건

D.H.Jung 2020. 8. 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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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네 콘텐츠에도 유행처럼 부는 소재 중 하나가 평행세계다. SBS 드마라 '더 킹'이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두 평행세계가 겹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면, 현재 방영되고 있는 OCN 드라마 '트레인'은 한 사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이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는 평행세계가 겹쳐지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를 다뤘다.

 

양우석 감독이 3년 만에 가져온 '강철비2'는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이지만, 3년 전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어냈던 '강철비1'과 기묘한 평행세계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것은 정우성과 곽도원이 '강철비1'에서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측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로 등장하지만, '강철비2'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과 북 호위총국장(곽도원)으로 등장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이건 전작에서 좋은 합을 보였던 배우들과 감독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진 결과이겠지만 '강철비'라는 세계관이 그려내는 한반도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선택지들과 그 선택에 의해 공멸하던가 아니면 공존하는가가 결정되는 그 변수들을 떠올려보면 의도적으로 평행세계 같은 뉘앙스를 담으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강철비2'는 전작에서 그랬듯 '선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과 북 그리고 이를 둘러싼 미,중,일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때론 국가의 존폐 아니 나아가 전 인류의 존폐를 결정짓는 건 대통령이나 최고지도자 같은 이들의 선택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강철비2'가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다.

 

호위총국장에 의해 발생한 쿠데타로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그리고 북한 최고지도자인 위원장(유연석)이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잡히는 상황은 그들의 죽고 사는 문제만이 아닌 남북한과 미국 나아가 중국과 일본의 운명까지 결정할 수 있는 중대사가 된다.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세 정상의 갈등과 협력은 마치 하나의 상황극처럼 그려지지만 적어도 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 늘 놓여져 살아가는 우리네 관객들에게는 손에 땀을 쥐고 볼 수밖에 없는 몰입을 만들어낸다.

 

영화 '강철비2'는 대부분 핵잠수함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핵잠수함과 다른 국가의 잠수함들과의 교전상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잠수함이 등장하는 전쟁영화들이 주는 그 긴박한 스릴러의 묘미를 그려내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부딪치는 인물들의 치열한 부딪침을 담는다. 흥미로운 건 세 정상이 좁은 방 안에서 벌이는 소동이 우리네 한반도 상황과 이를 두고 국가 간 외교를 해나가는 정상들의 모습들을 자꾸만 연상시키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폐쇄공포증을 일으키는 잠수함 속에서의 이야기는 때때로 그 긴장을 무너뜨리는 풍자적 웃음이 채워지기도 한다.

 

'강철비2'는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지는 이 사건을 마침 북상하는 태풍과 겹쳐 이야기한다. 태풍의 이름이 'Steel rain'이고 그것은 마치 한반도 상황이 일촉즉발의 태풍을 마주하고 있다는 걸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관객들은 저들의 올바른 '선택'에 의해 이 태풍 같은 긴장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강철비1'과 '강철비2'는 연달아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특정 상황극을 마치 평행세계의 이야기처럼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평행세계는 결국 선택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선택은 국가의 정상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걸 엔딩크레딧이 끝난 후 대한민국 대통령의 목소리로 전한다. 자칫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슬기롭게 넘겼다 해도 궁극적으로 분단을 넘어 통일로 향해가는 길은 우리네 국민의 선택에 의해 가능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사진:영화 '강철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