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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스릴러에 사랑의 위대함 담은 명품 드라마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이 종영했다. 이미 지난주 15회에서 이 작품 최고의 악역 백희성(김지훈)이 죽음으로써 이야기는 그것으로 종결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회는 총에 맞아 기억상실이 된 도현수(이준기)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채워지면서 이 드라마가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담아내려던 사랑의 위대함을 보다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게 가능해진 건 깨어난 도현수가 과거 백희성의 차에 치었던 시절로 기억이 돌아가 차지원(문채원)과 지낸 15년의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15년 전의 백희성은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학대를 받아 스스로도 귀신이 씌였다 믿던 상태였다. 자신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거짓으로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 이용하는데 능숙했다고 여겼다.

 

결국 도현수가 15년 전으로 돌아간 이 상황은 거꾸로 말해 차지원과의 15년이 그를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스스로를 감정 없는 괴물로 여기던 도현수를 가족을 사랑하는 인물로 바꿔 놓은 건 바로 차지원과 그의 딸 백은하(정서연)의 따뜻한 사랑이었다. 심지어 차지원은 15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도현수를 자유롭게 놓아주려 할 정도로 사랑이 깊었다. 도현수는 차지원의 이 깊은 사랑을 알아가면서 없다 생각했던 감정이 차 오르는 걸 느꼈고 결국 차지원과 백은하를 끌어안았다.

 

<악의 꽃>은 이처럼 스릴러와 멜로라는 이질적인 장르를 흔적 없이 봉합해내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도현수에게 악영향을 끼쳐온 범죄들(아버지, 마을 사람들)과 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차지원의 사랑이 첨예한 대결구도로 서 있어서다. 드라마는 악이 어떻게 탄생하고 이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스릴러로 풀어내면서, 그 속에서도 어떻게 악을 무너뜨리고 사랑이라는 꽃이 피어나는가를 멜로로 담아냈다. 이 절묘한 구도가 이 작품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 이유였다.

 

먼저 이 야심찬 작품이 <맨몸의 소방관>이라는 4부작 드라마를 썼던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유정희 작가의 이 만만찮은 필력은 향후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역시 <공항 가는 길>부터 <마더>까지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을 균형있게 연출해낸 김철규 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드라마의 완성도는 대본만큼 연출력이 중요해졌다는 걸 김철규 감독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섬세한 심리까지를 담아낸 연출로 보여줬다.

 

좋은 작품은 좋은 배우들을 탄생시킨다고 했던가. 이토록 모두가 인생캐가 된 작품이 있을까 싶다. 달콤과 살벌을 마음껏 오가는 모습으로 이준기는 이 작품의 중심을 세워주었고, 문채원은 그 어느 작품보다 놀라운 몰입으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했다. 김무진 역할로 확고한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꺼내놓은 서현우나 비운의 인물을 소화해냄으로써 색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장희진도 빼놓을 수 없다.

 

차지원의 동료형사 역할로 주목받은 최재섭 역할의 최영준이나 백희성의 부모 역할로 소름돋는 스릴러의 긴장감을 만들어낸 남기애, 손종학, 도현수의 딸로서 끝까지 이 이중적인 인물을 신뢰하게 해줬던 정서연 역시 이 작품이 발견해낸 연기자들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에 강렬한 힘을 부여한 건 게임체인저 백희성 역할을 연기한 김지훈이었다. 주말드라마의 황태자 딱지를 확실하게 떼어낸 김지훈은 이제 미니시리즈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연기영역을 갖게 됐다. 그가 있어 스릴러가 가능했고, 그와 대적하는 멜로 역시 가능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다. 뭐 하나 뻔하게 다루지 않았고 그래서 클리셰를 벗어난 색다른 이야기가 주는 묘미가 있으면서도 공감가는 심리묘사 덕분에 낯설지 않았다. 보는 맛에 생각하는 맛도 있는 드라마였다. 스릴러를 보면서 사랑의 위대함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드라마라니. 종영이 벌써부터 아쉽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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