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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좀비탐정', 이 눈물겨운 좀비의 노력으로 KBS드라마도 회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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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탐정', 코미디지만 웃을 때마다 느껴지는 짠내의 정체

 

이렇게 웃기는 좀비가 다 있나. 아마도 KBS 새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을 본 시청자라면 그간 좀비 장르들과는 너무나 다른 좀비에 적이 당황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K-좀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네 좀비 장르물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현재, <좀비탐정>의 좀비(최진혁)는 무섭다기보다는 우습다.

 

어떻게 누군가에 의해 죽게 됐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깨어난 좀비는 <부산행>이나 <#살아있다> 그리고 <킹덤> 등에 등장하는 좀비들처럼 활기차지가(?) 않다. 빨리 가려고 해도 느릿느릿 몸이 굼뜨고, 돌을 던지려 해도 힘이 없다. 배가 너무나 고파 결국 혼절하는 상황에 이르러야 눈이 빨개지고 깨어나 보면 자신도 모르게 죽어있는 동물들을 발견한다.

 

이러니 요즘 좀비라면 달리는 건 기본이요, 떼로 몰려다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을 돋게 만드는 그런 좀비와는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좀비는 자신의 존재와는 어울리지 않게 인간에 대한 식욕(?)을 절제하려 한다. 물론 인간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다시지만 그것은 해서는 안 될 짓이라 여긴다. 능력도 인간 이하인데다 어울리지 않는 윤리관(?)까지 갖고 있으니 좀비는 이 살풍경한 인간세상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좀비가 인간처럼 행동하기 위해 일 년 간 발음교정과 젓가락질 그리고 걷는 연습을 피나게 하는 모습은 '예능 드라마'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빵 터지는 웃음을 준다. 특히 발음교정 훈련을 통해 말하는 게 익숙해진 좀비가 랩을 하는 장면은 최진혁의 망가지기로 작정한 듯한 연기가 더해져 큰 웃음을 준다.

 

우연히 한 탐정의 살해 장면을 목격하고, 마을로 내려가 그의 탐정 사무실에서 생활하게 된 좀비가 만나게 되는 우리네 세상의 풍경들. 버텨내기 위해서 아이들의 코 묻은 돈까지 벌려 애쓰는 좀비의 모습은 우습지만 짠한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인간을 위협하던 좀비가 이제는 인간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존재가 된 것. 흔한 좀비 장르 속 좀비와 인간의 관계를 역전시켜 좀비보다 더 무서운 살풍경한 인간 세상을 그려보겠다는 게 이 블랙코미디가 취한 흥미로운 자세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갖는 위기감은 만만찮다. KBS 드라마가 주말드라마를 빼고는 점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역시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이런 플랫폼들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토종 OTT 웨이브나, 이제 OTT의 등장으로 트렌드가 지나가고 있는 IPTV도 마찬가지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 KBS와 더불어 웨이브 그리고 SK브로드밴드가 공동으로 제작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과연 <좀비탐정>은 침체되어 있는 KBS 드라마를 살려낼 수 있을까. 이 드라마 속 좀비의 고군분투가 마치 있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는 KBS 드라마를 닮았다. 물론 예능 드라마라는 틀 위에 좀비 장르와 블랙코미디, 수사물, 어쩌면 멜로까지 퓨전으로 엮어 놓은데다 B급 코드를 담은 작품이라 KBS라는 다소 보수적인 채널에 어울릴까 싶은 면은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시청률은 3%(닐슨 코리아)에 머물러 있으니 말이다. 물론 적어도 <좀비탐정>의 색다른 시도의 가치만큼은 평가받아 마땅하겠지만.(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