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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인터뷰 게임’, 그 사람의 마음,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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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 속마음의 껍질을 벗기다

엄마가 딸에게 ‘인터뷰 게임’이라 적혀진 커다란 마이크를 건네고 인터뷰를 시작한다. “너 이런 거 후회한 적 없어? 싫었던 적 없어?” 딸은 이제 갓 스무 살, 결혼할 나이도 아니지만 동갑의 남자친구와 아이까지 가졌다. 사위가 영 못미더운 장모는 그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인터뷰를 자청했다. 그런데 엄마의 이 질문에 대한 딸의 반문에 움찔한다. “엄마는 나 낳자마자 싫었어?” 그 반문은 딸에 대한 걱정이 사실은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엄마에게 일깨워주었다. 엄마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듭했다.

사위의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차츰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사위의 면면을 보게되는 장모는 결국 사위와 나눈 마지막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한다. “가슴속에 있는 말을 할 상대가 없었어요.” 사위는 가장 친한 친구, 심지어 엄마에게조차 자신의 상황을 말할 처지가 아니었던 것. 장모는 사실 사위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울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내 딸만 귀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되겠다.” 결국 장모의 사위에 대한 인터뷰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 가는 과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피아노를 쳐왔던 딸이 갑자기 개그맨의 길을 가겠다고 하자 인터뷰 게임에 참여를 요청한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인터뷰 도중 발견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생각한 딸을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 엄마는 ‘처음 듣는 이야기 투성이다’라고 속마음을 떨어놓는다. 딸이 품위 있고 우아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인지상정. 그런 딸이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무대 위에서 개그를 할 때 다른 관객들은 모두 웃었지만 정작 엄마는 웃음을 짓지 못했다. 결국 엄마의 딸을 향하던 인터뷰는 자신에게 그 질문이 되돌아온다. 타인의 마음을 알아 가는 과정은 결국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마음과도 조우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의 속마음이라는 양파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 그 진심을 전하는 ‘인터뷰 게임’의 영상은 세련되어 있지 않다. 어색한 자세와 어색한 말들이 가득 채워져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가감 없이 방영된다. 하지만 이 어색함은 묘한 리얼리티를 구성한다. 그것은 마치 잘 꾸며져 눈에 보기 좋은 화장발의 얼굴보다는, 조금 보기에는 거북스럽지만 아무런 꾸밈없는 맨 얼굴이 좀더 진심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인터뷰 게임’은 리얼리티쇼 전성시대에 단지 리얼리티(현실성)가 아닌 리얼(현실) 자체를 보여준다. 리얼리티쇼가 어떤 기획된 극적 상황 위에서 리얼리티(현실성)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인터뷰 게임’은 리얼(현실) 자체에서 어떤 극적인 상황을 ‘발견’한다. 따라서 리얼리티쇼의 화려함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감 없는 서민들의 리얼한 일상을 따라가는 것으로, 또 그 일상 속에 숨겨져 왔던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출 뿐이다. 화려한 겉모습에 경도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은 어쩌면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얼굴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인터뷰 게임’은 때때로 TV의 맨 얼굴을 보여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