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1박2일’은 어떻게 서민들의 일상으로 들어왔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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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은 어떻게 서민들의 일상으로 들어왔나

D.H.Jung 2008. 7. 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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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과 생방송과의 만남, 그 리얼의 힘

‘백두산 특집’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1박2일’의 선택은 ‘20만원으로 여름 휴가 보내기’ 컨셉트 같은 생활밀착형 소재다. 고유가와 불황의 여파로 알뜰한 휴가 시즌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저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농촌 살리기의 일환이 되기도 하는 ‘농촌체험여행’을 선택한 것. 이 선택은 ‘1박2일’이 지향하는 곳이 서민들의 일상이라는 걸 말해준다.

‘1박2일’ 출연진은 이 컨셉트에 맞게 4인 가족을 구성하고 나머지 두 명인 이승기와 이수근을 떼 놓고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4인 가족은 자연스럽게 캐릭터별로 재구성된다. 아빠는 강호동이 되고 엄마는 김C가 되며 아들은 은지원, 딸은 MC몽이 되는 식이다. 음식점에서 MC몽이 음식을 더 시키려 하자 강호동이 “안 된다”고 아빠처럼 말하는 반면, 김C는 “먹고 싶어? 그럼 더 먹어!”하고 말하는 장면은 가족의 일상을 그대로 재연한다.

재미있는 것은 나머지 두 명이 자체적으로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자청하는 곳이 방송국이라는 점이다. ‘홍진경의 가요광장’이 이 불청객들에 의해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는 ‘1박2일’팀과의 이원 생방송이 되는 건 그 때문이다. 라디오 생방송이라는 구체적인 라이브의 흔적이 ‘1박2일’과 만나서 만들어내는 것은 ‘리얼의 힘’이다.

‘1박2일’이 타 방송과 만나는 지점은 늘 화제를 불러 일으켜왔다. 그 첫 번째가 ‘전국노래자랑’이었다면 두 번째는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에 이은 ‘생방송 뮤직뱅크’와의 만남이이었고 이제 ‘1박2일’이 만난 것은 ‘홍진경의 가요광장’이다. ‘홍진경의 가요광장’에서 방송을 하는 장면 바로 앞에 짧게 나마 ‘전국노래자랑’과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의 장면이 깔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1박2일’의 특징인 일상성을 극대화하려는 편집이다.

라디오는 좀더 우리 일상과 가까운 매체다. TV가 일반인 출연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는 해도 그것이 라디오를 따라오지는 못한다. 라디오라는 청각 중심의 매체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전화기와 만나 언제 어디서건 즉각적으로 출연이 가능해지는 매체다. 또 사연 신청이라는 창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라디오를 일반인들의 일상 가까이 배치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수근과 이승기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할 때, 그 방송을 자동차 안에서 듣게되는 ‘1박2일’의 다른 출연진들과, 거기서 즉석으로 강호동과 전화로 다시 연결되는 가요광장 프로그램은 바로 이런 라디오의 일상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1박2일’은 바로 이 라디오의 일상성을 끌어와 좀더 현실에 밀착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환타지를 갖게 만드는(방송출연은 어쨌든 일반인들에게는 환타지다)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전국노래자랑’이나 ‘게릴라콘서트’편에서 이미 그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그 형식은 방송이지만 일반인에게 방송출연의 기회가 열려져 있는 ‘전국노래자랑’이 그렇고, 어느 날 갑자기 일상 속으로 스타들이 뛰어드는 형식의 ‘게릴라콘서트’가 그렇다.

이렇듯 ‘1박2일’과 방송이 만나는 지점은 늘 서민적인 일상과 닿아있으면서도 그 서민들의 환타지가 개입하는 공간이다. “나도 방송출연하고 싶다”는 환타지와 함께 ‘방송 출연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성을 갖춘 프로그램에 ‘1박2일’의 출연진들이 틈입함으로써 얻어지는 건 그 스타로서의 화려함과 배치되지 않는 서민적인 친근함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상으로 들어오고 점점 생활 밀착형이 되어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제 카메라가 어떻게 대중들의 생활 속으로 가장 ‘자연스럽게’ 들어가는가 하는 점은 리얼리티가 생명인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