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스마트폰이 나 자신이 된 세상의 공포(‘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본문

동그란 세상

스마트폰이 나 자신이 된 세상의 공포(‘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D.H.Jung 2023. 2. 2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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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범죄스릴러보다 공포물처럼 보이는 이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우리시대에 스마트폰이란 어떤 의미일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니 하루 온종일 내내 우리는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 잠을 깨워주고 날씨와 스케줄을 알려주며 음악을 들려주고 사진을 찍어 불특정 다수의 인물들과 소통하게 해준다. 또 뉴스를 보고 쇼핑을 하며 게임을 하기도 하고 때론 위치를 찾아주기도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가 하는 실감은 스마트폰 없는 하루를 살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번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경험을 했던 분들이라면 내 삶의 일부가 뚝 잘려진 것 같은 기분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극단화한 범죄스릴러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이나미(천우희)에게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이 그것이다. 하필이면 연쇄살인범 오준영(임시완)의 손에 들어간 스마트폰은, 그것만으로도 이나미의 삶 전체를 뒤흔들어 버린다. 오준영은 지능적인 방식으로 이나미의 스마트폰을 해킹함으로써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감시하며 서서히 그 삶을 파괴해 나간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오준영이 하는 이 범죄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가 적나라하게 보여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우리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의 중심에 서 있다는 건, 오준영이 해킹을 통해 벌이는 범죄를 통해 드러난다. 즉 마치 이나미인 척 SNS에 글 몇 개를 악의적으로 올리는 것만으로 그의 사회적 삶이 망가진다. 오준영은 이처럼 이나미에게 범행을 하기 전 주변인물들과의 관계를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데 그 과정이 스마트폰 해킹 하나만으로도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2018년에 제작된 일본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범인의 정체를 일찍부터 드러낸다는 점에서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즉 원작은 범인의 실체가 뒷부분에 드러나는 것으로 그 궁금증과 반전의 힘으로 흘러가지만, 이 작품은 이 스마트폰을 습득한 범인이 어떻게 이나미는 물론이고 그 주변사람들까지 파괴해 가는가 하는 과정과 결국에는 벌어지는 대결로 흘러간다. 

 

이러한 설정의 변화는 이 작품을 원작이 가진 범죄스릴러의 색깔보다 공포물의 색깔을 갖게 만든다. 범인이 어떻게 스마트폰을 활용한 범죄 행각을 벌이는가가 보여지고, 시시각각 오나미를 향해 조여오는 범인이 기상천외한 범죄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공포감이 영화 전편을 가득 채운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그래서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그것이 악용되었을 때 어떤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가 하는 공포를 그린다. 

 

그런데 그 공포의 실체가 아이러니하다. 결국 그토록 스마트폰에 집착하며 사진으로 일상을 공유하기까지 하는 건 사람들과 연결되고픈 욕망 때문이다. 거기에는 ‘고립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집단적인 욕망이 작동하는 것인데, 이 작품에서 범인의 손에 들어간 스마트폰은 정반대로 주인공을 고립시킨다. 이 아이러니를 통해 작품은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가 하는 걸. 

 

이 작품 속에서 스마트폰은 결국 그걸 소유한(어찌 보면 거꾸로 스마트폰이 우리는 소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 자신처럼 그려진다. 술에 취해 이나미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건 그래서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잠깐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 일이 되고, 그걸 습득한 오준영이 수리해주는 척 해킹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제 손으로 깨는 장면은 그 주인인 이나미의 존재 자체를 산산조각 내버리는 장면처럼 그려진다. 스마트폰이 나 자신이 된 세상은 모든 걸 그걸로 할 수 있는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그걸로 나의 세상이 모두 저당 잡힐 수 있는 디스토피아이기도 하다. 

 

그래서 범죄스릴러의 외양을 갖고 있지만 공포물 같은 느낌을 주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또한 스마트폰 사회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사회극이자 하나의 보고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원작과 다른 이러한 방향성이 중후반부의 긴장감을 다소 흩트리는 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선택이 담아낸 사회적 의미는 더 선명해진 면이 있다. 물론 이건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가 하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것이지만.(사진: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