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 다시 부른다는 포용성이 빨아들인 실력자들
“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기는 했는데 화제성이... 많이 차이가...” JTBC <싱어게인3>에서 타 오디션 우승자로 나온 37호 가수는 그런 말로 자신이 이 프로그램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이미 시청자분들도 다 알고 있을 KBS <새가수>의 우승자인 류정운이다. 그녀의 말대로 우승까지 했지만 그 이름은 낯설다. 물론 <새가수>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낯설긴 마찬가지지만. 그녀는 “<싱어게인> 특유의 기준이 너무 부럽다”고 했지만 네 개의 어게인만을 받아 합격 보류 판정을 받고 최종에서는 결국 탈락했다.
역시 타 오디션 우승자로 나온 38호 가수는 다름 아닌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였다. 그는 <싱어게인3>에 나온 이유로 “성악 베이스로 노래를 하고 무대에 섰었는데 여러 장르를 노래 하다 보니까 발성적으로 한계도 있고 사실 헤매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역시 다 한 개의 어게인만을 받아 탈락했다.
27호 가수 역시 채널A <보컬플레이>의 우승자인 임지수였지만 <싱어게인3> 무대에 서게 된 이유는 코로나19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했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자신을 찾아주는 무대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유튜브에서만 노래를 해왔는데, 구독자분들이 <싱어게인3>에 꼭 나와 달라는 메시지를 달아줬다고 했다. 그녀는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타 오디션에 참가했던 분들도 “당당하게 참가할 수 있는 오디션>”이라고 했다. 그녀는 7개의 어게인을 받아 말 그대로 당당하게 합격했다.
이번 <싱어게인3>는 유독 실력자들이 쏟아졌다. 그걸 알 수 있는 대목은 1라운드만 무려 3화까지 채워질 정도였다는 점이다. 한 회 당 두 시간이 넘는 방영시간을 갖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실력자들이 1라운드 경연을 치열하게 치렀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실력자들이 이번 시즌에 특히 쏟아져 나온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류정운이 말한 것처럼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인지도와 화제성이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될 정도로 확고해진 게 그 하나라면, 김현수처럼 성악을 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픈 이들에게도 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지수가 말한 것처럼 코로나19는 더더욱 설 무대가 없던 가수들을 <싱어게인3>로 모여들게 만든 이유가 됐다. 물론 거기에도 전제가 있었다.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포용성이 그것이다. 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시 부른다’는 단 하나의 기획 의도로 다양한 영역의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완전한 ‘찐무명’도 있지만, 이미 아는 사람은 아는 ‘재야의 고수들’도 참여하고, 한 때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히트곡을 냈지만 기억에서 잊혀진 슈가맨들이나 OST를 부른 가수들도 심지어 타오디션 우승자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슈퍼밴드> 참가자들로 이미 익숙한 58호 가수로 참가한 홍이삭이나, 12호 가수 임윤성 같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가수들도 들어와 있지만, 국카스텐 하현우와 함께 이른바 4대 천왕 출신이라는 26호 가수 김길중이나,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재야에서는 이미 유명한 5호 가수 김마스타, <사랑의 불시착> OST로도 잘 알려진 49호 가수 소수빈, 신촌블루스의 보컬로 블루지한 감성에 국악 창법에 가까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유명한 25호 가수 강성희 등등 엄청난 실력자들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가수들이 이번 <싱어게인3>에는 줄줄이 등장했다.
여기에 진짜 찐무명이지만 매력적인 보이스에 만만찮은 실력을 보여준 ‘<싱어게인> 키드’ 31호 가수 서윤혁이나, 연천군 캠핑장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46호 가수 신해솔, 다비치 같은 여성 듀오가 되고픈 포부를 드러낸 52호 가수 아샤트리, 자신만의 그루브로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을 불러 올 어게인을 받은 56호 가수 다린, 독보적인 음색으로 다른 공간으로의 순간이동을 시켜주는 듯한 무대를 선사했던 47호 가수 테종 같은 막강한 라인업들이 채워졌다.
사실 어찌 보면 방송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그 가수가 누구인가를 쉽게 찾을 수 있어 ‘○호가수’라고 부르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어도 이미 실력이 검증된 가수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름을 일부러 가리고 ‘다시 부른다’는 기치를 내세워 그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포용성은 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독보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이유다. 그 가수가 누구인가를 찾는 과정 또한 그 가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채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막강한 실력자들이 쏟아진 <싱어게인3>가 말해주는 건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어도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다양한 가수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무명가수전’이라는 부제를 단 <싱어게인>은 그래서 이들 실력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됐다. 이제 겨우 첫 라운드를 마친 <싱어게인3>가 펼쳐놓을 화수분 같은 매력의 무대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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