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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방송

기안84표 생리얼 마다가스카르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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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갈수록 세지는 생리얼, 생고생, 찐행복의 향연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가 돌아왔다. 이번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다. 시즌2의 여행지였던 인도도 쉽지 않은 여행이라 여겨졌지만, 이번도 만만찮다. 기안84가 전면에서 이끄는 생리얼 여행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겼을까.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돌아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이젠 어엿해진 폼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이하 태계일주3)>가 돌아왔다. 지난 시즌2가 끝난 지 약 4개월만이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올 한 해 MBC 예능은 <태계일주>가 열고 닫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말 첫 방송을 내보내고 좋은 반응을 얻었던 <태계일주>는 시즌2에서 덱스가 합류하면서 제대로된 진용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돌아온 시즌3는 보다 어엿해진 폼으로 이제는 당연한 듯 기안84, 빠니보틀 그리고 덱스가 보다 단단한 팀워크로 뭉쳐졌다. 어언 1년 사이에 출연자 구성이 완성된 느낌이다. 

 

여행지를 보면 시즌1이 남미를, 시즌2가 인도를 그리고 이번 시즌3는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이미 해외여행도 일상이 되어버린 현재라고 해도, 여행자들이 쉽게 선택하는 선택지들은 아니다. 이건 <태계일주>의 의도된 선택이다. 보다 낯선 곳으로 보다 깊숙이 들어가보는 게 이 여행 프로그램의 차별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1에서는 아마존강 정글에 사는 현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볼리비아 산속에서 만난 포르피와의 진한 우정을 피우기도 했다. 시즌2에서는 갠지스강 바라나시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하고, 결혼식장에 초대되어 여흥을 즐기기도 했다. 시즌3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벨로수르메르까지 홀로 들어간 기안84가 거기서 만난 원주민 청년 예르페, 플로라와 함께 작살낚시를 하기도하고 그들 집에 초대받아 그들의 삶 그대로의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태계일주>는 익숙한 여행지보다는 낯선 곳을 찾아가고, 그것도 멀리서 바라보는 여행이 아니라 아예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3를 보면 이제 시즌2로부터 하나의 구성 형식이 만들어졌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그것은 먼저 기안84가 혼자 더 야생적인(?) 체험을 한 후, 빠니보틀과 덱스를 만나 함께 여행하는 형식이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첫 회에 이 프로그램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생리얼’을 기안84의 ‘나홀로 여행’을 통해 먼저 전면에 보여준 후, 동생들이 합류한 후의 달라지는 여행의 양상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앞부분이 어딘가 날 것의 여행이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준다면, 동생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그 자체로도 행복한 느낌을 선사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생리얼’ 여행의 묘미가 재미있긴 하지만, 그것만 반복되면 자칫 보기 힘들어지는 지점을 풀어줄 수 있는 형식이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오가는 구성이랄까. 

 

기안84라 가능한 반전의 서사

역시 <태계일주>는 기안84라는 독특한 인물의 힘에서 나온다. 이번 시즌3에서도 그는 원시의 바다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작살낚시를 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내세움으로써, 마다가스카르 여정의 출발지점인 벨로수르메르까지 가는데만 며칠이 걸리는 수고를 들였다. 에티오피아까지 12시간, 거기서 마다가스카르까지 5시간, 그 곳 수도 안타나나리보 공항에서 모론다바로 경비행기를 타고 가서 또 배를 타고 벨로수르메르까지 가는 머나먼 여정이 펼쳐진 것. 

 

하지만 지루할 수도 있는 여정 자체가 흥미롭게 된 것 역시 기안84 덕분이었다.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져 안타나나리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자 근처 숙소에서 머물게 됐을 때도 그는 굳이 폭우 속에 길거리로 나와 현지인들이 파는 라면을(빗물이 다 들어간) 먹는 모습을 보여줬고, 모론다바에서 벨로수르메르까지 가는 배를 기다리면서도 현지인이 바닷가 근처에서 파는 음식을 현지인들도 놀랄 정도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광경을 보여줬다. 

 

누가 현지인이고 누가 여행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역전된 상황을 보여주는 건 기안84 특유의 색다른 여행기의 특징이다. 벨로수르메르에서 만난 원주민 청년들과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꿈꾸던 작살낚시를 시도하지만 물 속 깊숙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지쳐버린 모습을 보여준다거나(그걸 하러 그 먼 곳까지 갔다는 사실이 웃음을 만든다), 근처 섬에서 잡은 물고기로 요리를 해먹을 때 즉석에서 회를 쳐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모습으로 원주민들을 오히려 놀랍게 만드는 모습이 그렇다. 

 

또 굳이 마다가스카르 MZ들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야밤에 불빛도 없는 곳을 배를 타고 가 그곳 주민들의 진수식 파티에 참석했을 때도 그들이 놀랄 정도로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기안84의 모습이 등장했다. 또 해변에서 덱스와 운동을 하다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걸 보고 찾아간 곳에서 말 한 마디 잘못해 그 곳 원주민들과 권투시합을 벌이게 된 상황도 그렇다. 뭐든 도전해 보려하고 또 자신이 강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 하는(물론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하기도 하지만) 기안84가 있어 이런 여행의 새로움과 반전들이 벌어진다. 

 

올해 MBC 연예대상 과연 이견 없이 기안84일까

사실 이런 생리얼형 여행기는 유튜브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시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식이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빠니보틀이다. 그의 인도 여행기는 그간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여행 프로그램이 보여주지 못했던 보다 깊숙한 그들의 진짜 삶을 포착해냄으로서 유튜브 구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또 특유의 소통력으로 우연히 만난 현지인들과 가까워지고 그렇게 나누는 찐 교감은 그 리얼함으로 여행 콘텐츠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그가 곽튜브나 원지 같은 동료 여행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김태호 PD가 연출한 <지구마불 세계여행> 같은 프로그램을 하게 됐던 것 역시 이처럼 달라진 여행 예능의 트렌드를 그들이 선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상파 같은 보다 정제된(?) 프로그램을 내놓은 플랫폼의 경우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날것 그대로의 여행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건 지금껏 지상파나 케이블을 통해 봐왔던 여행 예능들이 주던 어떤 안정감과 밀도있는 여행기에 대한 관성이 남아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기안84는 이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하는 ‘생리얼’ 여행과 동시에 기성 여행 예능이 가진 안정감이나 밀도 같은 것들을 균형있게 채워줄 수 있는 대안적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상파 예능의 결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진심에서 우러나는 ‘야생’에 대한 욕구를 드러낸다. 날 것의 생리얼, 생고생 그리고 찐행복을 어떻게 기성 여행 예능의 안정감 속에 안착시킬 수 있는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건 본인이 의도적으로 연출했다기보다는 그의 성향 자체를 드러낸 것에 가깝다. 이미 <나 혼자 산다>에서도 가끔 등장했던 그의 여행기가 독특한 성향들을 보여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안84는 이제 레거시 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는 현 과도기적 방송의 트렌드 속에서 그 다리 역할을 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태계일주>는 그래서 기안84라는 인물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이 과도기적 인물이 진심을 드러냄으로써 독특한 색깔이 만들어진 여행 예능이기 때문이다. 

 

섣부른 예측이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올해 MBC 연예대상은 이견 없이 기안84라고들 말한다. 과연 그렇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가 방송의 과도기를 표징하는 인물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시대적 의미만으로도 연예대상감은 충분하다 생각되는. (사진:MBC, 이 글은 매일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