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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게임을 보면 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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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스포츠, ‘패떴’의 심리게임

야생버라이어티쇼 ‘1박2일’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건 무엇일까. ‘1박2일’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야생의 체험,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 같은 것들과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일 것이다. 잠자리와 먹거리를 두고 펼쳐지는 복불복 게임의 처절함(?)은 ‘1박2일’에 야생의 느낌을 부각시켰다.

이것은 새롭게 시작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재석은 매번 집착적으로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며, 마치 프로그램은 실내에서 하던 게임쇼 ‘X맨’의 야외 버전처럼 각종 게임으로 구성된다. 현장의 지형지물을 활용한 게임들이 등장하고, ‘X맨’에서의 ‘당연하지’게임 같은 심리 게임 ‘사랑해 게임’과 ‘진실게임’이 자리를 잡는다.

그만큼 게임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중요한 요소이며, 때론 그 쇼의 성격을 말해주기도 한다.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가 모두 1박의 체험을 카메라에 포착하고 있지만 그 성격은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 다른 게임의 성격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1박2일’, 스포츠 같은 남성적인 게임
‘1박2일’의 메인 게임인 복불복 게임은 남성적이다. 조금은 무식하고 조금은 무리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때론 목숨을 거는 남성들의 아이 같은 모습이 그 속에는 숨겨져 있다. 이것은 여행이라는 형식과 만나면서 폭발력을 갖는다. 일상에서 벗어난 그 자유로움 속에서 치기 어린 내기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종목을 보면 그것이 스포츠에 닿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호동을 메인 MC로 하고 있기에 중심에 서 있는 게임은 씨름이며, 해병대원들과 벌인 씨름처럼 때론 장난스럽게 시작한 게임이 대회의 성격으로 커지기도 한다. 물론 쿵쿵따 같은 전형적인 안방형 게임들이 등장하지만 ‘1박2일’만의 백미는 탁구나 배드민턴, 닭싸움, 달리기, 래프팅, 번지점프 같은 스포츠다.

이것은 스포츠가 야생이 갖는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경관 속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게임은 그 자체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이것은 남성들로만 구성된 ‘1박2일’ 팀의 성격과도 잘 부합한다. 이러한 남성적인 게임은 그 자체로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우정이나 형제애 같은 ‘1박2일’만의 관계 구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패밀리가 떴다’, 아기자기한 여성적인 심리 게임
게임에 있어서 ‘1박2일’이 남성적이라면 ‘패밀리가 떴다’는 여성적이다. ‘1박2일’이 갖는 게임의 힘은 복불복 같은 강력한 벌칙에서 비롯되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게임이 가진 힘은 그 게임 자체가 주는 심리적인 타격(?)에서 비롯된다. ‘1박2일’의 게임이 외형적이라면 ‘패밀리가 떴다’의 게임은 내면적이다.

이것은 이미 ‘X맨’을 통해 게임과 심리를 연결시켰던 장혁재 PD가 ‘패밀리가 떴다’를 연출을 맡으면서부터 예고되었던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가 ‘X맨’의 야외버전 같은 기획으로 탄생되었다면 바로 이 게임과 심리의 연결고리를 위해 여성 출연자의 합류는 어쩌면 필수적인 것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해 게임’과 ‘진실게임’이 갖는 직접적인 관계 간의 미묘하고 알콩달콩한 심리 게임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즉석에 벌어지는 릴레이 게임 같은 것들 또한 편가르기에서부터 이 심리 게임은 계속된다. 이것은 잠자기 전에 치르는 순위게임에서 하루의 게임을 통한 관계를 재정립하고 정리한다. 심리 게임을 통해 인물들 간의 관계가 촘촘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난히 많은 관계 설정들(예를 들면 덤앤 더머나 천데렐라-계모관계 같은)은 이 심리 게임에 능한 장혁재 PD의 장기라 볼 수 있다.

쇼가 게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쇼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게임은 현재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그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역전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곳을 조명하겠다거나, 바쁜 일과에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한 어르신들을 여행 보내고 집을 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게임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쇼가 재미를 추구하는 한 부정하기 힘든 것은 그 쇼의 외피가 무엇이든 그 중심은 늘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보면 그 쇼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