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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가 콘셉트, 꼴찌 강유석, 호구 정준원을 보면 ‘언슬전’이 보인다이주의 드라마 2025. 5. 6. 07:08728x90
‘언슬전’, 보면 볼수록 끌리는 이 의학드라마의 진심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여기서 키도 제일 작고 몸무게도 제일 조금 나가요. 여기서 꼴찌예요.”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서 엄재일(강유석)은 신생아실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장홍도(배현성)에게 자신이 처음 탯줄을 자른 아기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 초음파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는 그 아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내는 엄재일의 이야기는 언뜻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제 새내기 병아리인데다 하는 일마다 실수 투성이라 선생님들에게 꾸중 듣는 일이 일상인 엄재일이다.
내원한 산모들의 초음파를 볼 때면 자신이 본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레지던트 2년차 선생인 차다혜(홍나현) 같은 선배들에게 끊임없이 연락해 확인을 하는 엄재일이었다. 그 상황을 알게 된 4년차 구도원(정준원)은 그건 책임지지 않으려는 비겁한 행동이라며, 그렇게 차다혜 같은 선배들의 시간을 뺏는 건 그들에게도 다른 환자들에게도 민페가 되는 일이라는 걸 분명히 알려줬다.
사실 <언슬전>에서 엄재일은 종로율제 산부인과에 들어온 1년차 레지던트 중에서도 가장 적응을 잘 못하는 인물이다. 의과에서 배웠던 기본적인 내용조차 기억을 못해 선배들의 지적을 당하기 일쑤고, 산모가 변비로 생긴 변을 종양 같은 문제로 의심해 선배들의 시간을 뺏기 일쑤다. 그러니 자존감이 있을리 없다. 칭찬보다는 늘 꾸중이 일상인 전공의 생활이니 말이다.
그런데 엄재일에게도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게 서서히 드러난다. 민폐를 주기 때문에 누구도 그를 부르지 않아 시간이 상대적으로 나는 엄재일은 산모의 초음파 보는 일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천천히 자세히 보려 하고 산모의 입장이 되어 편안하게 해주려는 노력을 한다. 아기가 너무 걱정되어 하루가 멀다하고 초음파를 보러 오는 산모를 담당의인 차다혜는 힘겨워 하지만, 대충 보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그 산모에게 “나라도 괜찮겠냐”며 천천히 초음파를 봐주는 엄재일의 모습은 이 인물이 거북이 스타일일뿐, 영 재능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다.
결국 엄재일의 이 천천히 자세히 보는 초음파 검사는 잘 찾아내기 어려운 산모의 자궁파열을 초기에 발견해내는 의외의 성과를 해낸다. 결국 의술이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실수나 잘못은 이들 병아리 의사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엄재일이라는 인물은 말해준다. 그보다 중요한 건 산모와 아기를 지켜내려는 그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런 과정을 거쳐 진짜 의사는 탄생한다고 이 의학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언슬전>은 마치 엄재일이 그러하듯이 처음부터 시선을 확 끄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보다 보면 점점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되는 구도원 같은 인물도 그렇다. 굉장한 능력을 보여주는 인물은 아니지만, 늘 후배들을 챙기려 하고 환자들의 입장이 되어 보려 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인물이다. 물론 명은원(김혜인) 같은 여우 의사에게 이용당해도 화를 내지 않으면서 자신을 ‘호구 도원’이라고 말하는 단점이 있지만, 이 부분 역시 대신 욕을 해주는 오이영(고윤정)과 어쩐지 잘 어울리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느껴진다.
“꼴찌면 어때? 지금 꼴찌인게 뭐가 중요해. 나갈 때 1등으로 나가면 돼지. 인생 1일차잖아. 이제 시작인데 뭐,” 신생아실 앞에서 ‘꼴찌인 아기’ 이야기를 할 때 장홍도가 하는 말은 <언슬전>이라는 새내기 의사들이 나오는 드라마에 대한 격려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것은 또한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의 특징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구도원도 엄재일도 처음에는 그저 평범해 보였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걸 이들이 겪는 병원에서의 좌충우돌이 보여준다. 아직 능숙하진 않지만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오히려 산모의 위급할 수 있었던 상황을 찾아낸 엄재일처럼, 촘촘히 보면 볼수록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의학드라마가 바로 <언슬전>이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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