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플은 신지옥, 저승을 그렸는데 어째서 현실이 통쾌할까이주의 드라마 2025. 5. 10. 13:55728x90
‘천국보다 아름다운’, 저승으로 풀어낸 인과응보에 담긴 현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시작해. 악플러, 조회수 팔이 하는 놈들 다 정렬시켜!”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는 이른바 ‘신지옥’이 등장한다. 악플러나 조회수 팔이처럼, 예전에는 없던 죄에 대한 처벌을 하기 위해 마련된 지옥이다. 지옥으로 끌려온 이들은 저마다 자신은 누구를 해한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그들이 키보드로 찍어 넣은 악플들이나, 기사랍시고 조회수 장사로 악플을 유도하기 위해 썼던 글들은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끔찍한 폭력이다.
“죄를 가지고 장사하는 네놈들을 위해서 만든 지옥이야. 발설지옥보다 더 절망적이고 초열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이게 바로 신지옥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이들 악플러들과 조회수 장사를 한 기자들을 신지옥이라는 상상의 공간으로 데려가 기발한 방식으로 처절한 응징을 한다. 모두를 묶고 연결해 키보드 형태의 틀에 가둬두고 거인 같은 염라(천호진)대왕이 키보드를 치자, 가둬진 그들의 머리가 깨져 나간다.
천국으로 간 해숙(김혜자)이 그 곳에서 남편 낙준(손석구)을 만나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던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갑자기 지옥의 풍경이 펼쳐진 건 해숙이 천국에서 잘못을 저질러 그 곳에 떨어지게 되면서다. 해숙은 어느 지옥으로 갈지 정해지는 심사대에서 ‘미분류’가 되어 다시 죄의 무게를 달아 보고 결국 천국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지옥의 끔찍한 광경들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왜? 저쪽에선 죄를 짓고도 아무 단죄 없이 떵떵거리고 살았는데 내가 왜 여기 있나 싶어? 돌아가는 게 뭔가 허술하고 만만했지? 기침과 가난은 감출 수 없듯 이곳 지옥에선 지은 죄를 숨길 수가 없어. 이곳 지옥에선 미제사건도 심신 미약도 전관예우도 사형집행을 유예하는 일도 없어. 그만큼 악을 벌하는데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없단 얘기야.” 이것이 염라가 지옥에 온 자들을 향해 던지는 일갈이다. 거기에는 미제사건으로 남거나 심신 미약, 전관예우 등으로 처벌받지 않은 현실의 범죄들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들어있다.
도둑질과 살인을 저지른 자들이 간다는 화탕지옥(끓는 쇳물에 튀겨지는 고통을 받는 지옥), 사기를 치거나 거짓말을 한 자들이 간다는 발설지옥(죄의 깊이만큼 혓바닥을 뽑는 지옥),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들이 가는 한빙지옥(2억년동안 몸을 얼려버리는 지옥), 불륜을 저지른 죄인들이가는 중합지옥(죄인들을 산 사이에 끼워넣어 눌려 죽게 하는 지옥), 음주나 폭행으로 남을 괴롭힌 자들이 가는 규환지옥(불에 달궈진 줄을 건너다 용암에 떨어지는 지옥), 말로 사람을 현혹한 타락한 정치인 종교인들이 가는 초열지옥(불 위에서 구워지는 지옥)...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보여주는 지옥은 저승의 풍경이지만 고스란히 현실의 사건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천국을 보여주다가 굳이 지옥까지 그려낸 건, 이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가 뿌리대로 거둔다는 인과응보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다. 현실에서 죄를 지었지만 처벌받지 않은 이들 역시 저승에서는 더 지독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
물론 이건 정반대로 이승에서 ‘선업’을 쌓은 이들에게는 그 곳에서 돌려받지 못한 보답을 저승에서는 몇 배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해숙이 지옥까지 갈 뻔하다가도 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그 일수를 하며 살던 팍팍한 삶 속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던 선업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연고자로 죽은 이를 위해 장례를 치러주고, 가난과 외로움에 죽으려 했던 이에게 매일 찐 옥수수를 가져다주며 계속 살아갈 힘을 줬던 그 선업들이 해숙을 천국으로 오게 한 것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결국 불교적 세계관이 갖고 있는 업보,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 메시지는 ‘신지옥’처럼 현재적 삶의 형태를 염두에 둔 새로운 상상력으로 채워져 있다. 천국의 모습도 과거 <전설의 고향>에서 봤던 그런 모습과는 다르다. 현대화되었고 그 곳의 삶의 방식도 우리가 사는 현재를 그대로 닮았다. 그래서 이 현재화된 천국과 지옥의 풍경은 보다 실감나게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전한다.
물론 거꾸로 말하면 우리네 현실이 선한 자가 더 행복하게 살고 악한 자는 처벌받는 그런 삶이 아니라는 걸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에둘러 말해주는 면이 있다. 그래서 억울하고 분노하게 되지만, 그런 것들이 저승으로 가면 다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로 이 드라마는 위로해준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판타지가 우리네 서민들의 팍팍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사진:JTBC)
'이주의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볼매가 콘셉트, 꼴찌 강유석, 호구 정준원을 보면 ‘언슬전’이 보인다 (1) 2025.05.06 육성재의 1인2역으로 완성한 신박한 퇴마 빙의 로맨스 (0) 2025.05.03 천국 간 김혜자, 그녀가 그려낼 눈물과 감동의 희비극 (0) 2025.04.23 ‘언슬전’, 소박해도 울림 주는 초보의사들의 성장통 (0) 2025.04.21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김민하를 보다보면 웃다가도 울게 된다 (0) 202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