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바늘방석 시대, 멍석 깔아주는 ‘해피투게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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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방석 시대, 멍석 깔아주는 ‘해피투게더’

D.H.Jung 2009. 1. 9.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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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쇼’가 ‘해피투게더’를 통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

‘박중훈쇼’에 대한 시청자들의 “재미없다”는 반응에 대해서 박중훈은 ‘무례한 시대’라는 표현을 썼다. 그 말의 요지는 젊은 세대들이 무례하지 않은 것에 익숙하지 않으며(그래서 무례한 트렌드가 아니면 재미를 못 느끼고), 재미는 웃음 자체가 아니라 여러 가지 재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박중훈쇼’는 무례하지 않으면서 따뜻하게 핵심을 전할 수 있는 토크쇼가 될 것이라는 거였다.

이 말들은 하나씩 떼어서 생각하면 꽤 의미가 있고 곱씹어볼만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 가까운 말은 토크쇼의 재미없음에 대해서 그 문제를 자신들에게서 찾기보다는 시대와 세대를 탓하고, 시청자가 원하는 재미, 즉 웃음을 어떻게 끌어낼까 고민하기보다는, 그 시청자가 원하는 재미가 너무 편협하다고 가르치는 말로도 들린다. 하지만 박중훈이 지적한 게스트들에게 바늘방석을 내미는 트렌드화된 무례한 토크쇼의 범주 밖에서도 즐거움을 주는 토크쇼는 얼마든지 있다. 게스트들에게 적극적으로 멍석을 깔아주는 ‘해피투게더’는 무례하지 않고 따뜻하게 핵심을 전하면서도 또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 프로그램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현재의 ‘해피투게더’는 메인 MC인 유재석의 배려해주는 캐릭터를 프로그램화한 토크쇼다. 대중목욕탕이라는 공간은 일반적인 스튜디오 속의 토크쇼가 갖는 긴장감을 와해시킨다. 찜질방에 온 듯한 편안하고 통일된 복장은 거기 앉아있는 게스트들과 MC들 사이의 거리감을 좁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메인 MC 유재석은 뽀글가발을 쓰고 마치 동네 아줌마같은 행색으로 쪼그리고 앉아 있다. 로커룸의 좁은 공간에 앉아있는 게스트와 MC들은 한 카메라에 포착되기 위해서 다닥다닥 살을 맞대고 앉아야 한다. 이 상황은 전형적인 토크쇼가 갖는 의례적인 형식의 어색함을 상당부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MC들은 저마다 각자의 캐릭터로 게스트들이 좀더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유재석은 특유의 복기개그로 무심코 게스트들이 내뱉은 말을 한번 되새김질(재해석) 해줌으로써 웃음을 만들고, 그 웃음 속에서 뽑아내진 게스트의 캐릭터를 설정하기까지 한다. 전혀 웃음의 목적을 가지지 않고 출연한 게스트라고 해도 유재석의 이 레이다망에 잡히면 순식간에 ‘웃기는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뜻밖의 수확도 얻을 수 있게 된다.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의 거성 혹은 버럭 캐릭터가 갖는 위압감을 이 프로그램 속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해피투게더’에서 그는 바보캐릭터로 스스로 무너지면서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한다. 물론 게스트가 한 이야기가 썰렁할 때면 버럭 소리치는 것으로 그 상황을 모면시켜준다. 바보가 하는 호통이니 그다지 기분 나쁠 것도 없다. 한편 박미선은 게스트들의 연령대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아줌마들이 갖는 편안함을 만들어주고 본인 스스로 나이가 많은 것을 캐릭터화해서 연령대가 많은 게스트들과 공감을 나누기도 한다.

신봉선은 게스트들에게 선망의 눈빛을 던지면서 특유의 몸 개그를 활용해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해준다. 춤에 능한 그녀는 특히 가수들이 출연했을 때 빛을 발하는데, 그녀의 춤 따라하기는 그 자체로도 화제를 일으키면서 게스트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준다. 이처럼 ‘해피투게더’는 프로그램명처럼 게스트들에게 확실한 멍석을 깔아줌으로써 속에 있는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오게 만드는 토크쇼다.

이 멍석 위에서 토크쇼가 주는 것은 웃음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가 감동을 주기도 하고, 아팠던 과거사에는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정적일 수 있는 토크쇼에 동적인 면을 주기 위해 춤과 노래가 삽입되고 직접적으로 얘기하기가 애매한 민감한 사안들은 때론 설정토크쇼라는 형식 속에서 얘기되어지고, 친절하게도 마지막에 유재석은 “콩트는 콩트일뿐 오해하지 말자!”는 구호까지 외쳐준다. 끌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다 끌어내되 거기에 또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놓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박중훈이 지적한 무례한 토크쇼들이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무례한 토크쇼들도 게스트들의 홍보전략을 원천봉쇄해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은 내용에 접근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예를 갖춘 ‘해피투게더’같은 토크쇼는 게스트들의 재미있는(웃음은 물론 감동까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꽤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박중훈쇼’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애초부터 초특급 배우들을 게스트로 출연시키며 예능 프로그램처럼 스스로를 포장하고도 재미가 없었던 ‘박중훈쇼’. 재미없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쓴 소리를 하기보다는 그 재미없음의 진짜 이유를 곰곰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