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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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웃음충전소’, 패러디의 즐거움

D.H.Jung 2006. 12. 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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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짱’의 인기 속에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된 ‘웃음충전소’. 허나 이 ‘타짱’의 성공요인 속에는 ‘웃음충전소’만이 가진 패러디의 세계가 있다. 좀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외부 소재들을 개그의 품속으로 끌어안는 방식은, ‘현실의 재구성’이라 할 만큼 뒤통수를 치며 웃음을 충전시키는 구석이 있다.

일상의 패러디, ‘막무가내중창단’
‘웃음충전소’는 경쾌한 노래와 함께 그 문이 열린다. 그 오프닝을 맡은 ‘막무가내중창단’은 노래구절 속에 한 부분을 실제 개그맨들이 현장에서 결행하는 개그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 효과를 노리는 이 개그는 일상의 틈입을 비집고 들어간다. 찜질방이나 학교, 길거리, 훈련소 등 우리의 이미지 속에 일상화된 공간 속으로 개그맨이 투입된다. 그러자 이 일상은 새로운 웃음의 충전소가 된다. 일상의 패러디다.

전원드라마 패러디, ‘지친다 지쳐’
‘지친다 지쳐’는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같은 전원드라마를 패러디한다. 시골사람들의 순박함을 극대화시켜 현대인들이 ‘지친다 지쳐’하며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 코너는 어리숙함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어쩔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악동 같은 장동민의 캐릭터를 극대화함으로써 웃음을 제공한다.

고발프로그램 패러디, ‘진실이 알고싶다’
새롭게 시작한 ‘진실이 알고싶다’는 ‘그것이 알고싶다’의 패러디다. 무언가 고발을 할 것 같은 진지함과 긴장감 넘치는 사회자의 멘트 끝에 엉뚱한 상황을 덧붙여 웃음을 유발한다. 시트콤처럼 대사를 읊는 부부, 하지만 그 이면의 말들을 들어보는 재미는 저 드라마의 패러디 같은 느낌도 준다. 속 다르고 겉 다른 사람들의 양면성을 고발하는 개그다.

오락프로그램 패러디, ‘계층공감 올드&형님’
‘계층공감 올드&형님’은 ‘세대공감 올드&뉴’의 패러디. 서로 잘 모르는 세대간의 언어차이를 극복한다는 취지의 ‘세대공감 올드&뉴’ 형식을 그대로 따와서, 무식한 조폭들을 출연시켜 ‘아름다운 말’을 시험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은혜’같은 단어를 모르는 조폭들의 행동을 통해서, 너무나 쉽지만 그 가치를 모르고 살아가는 실제 사회의 면면을 꼬집는다.

대전스포츠 패러디, ‘타짱’
‘타짱’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영화 ‘타짜’의 형식을 따와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놓고 몸 개그 대전을 벌이는 코너.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형식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대전스포츠, 즉 이종격투기, 레슬링 등을 연상시키면서 그 몸과 몸이 부딪치는 긴장감을 끌어들인다. 말보다 몸이 우선하는 대전의 형식에 ‘웃기면 이기고 웃으면 진다’는 개그 프로그램의 역설을 끌어들이면서 웃음의 차원을 한 단계 높였다. 중요한 것은 대전게임이 갖는 형식이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 똑같은 게임에 출전자가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저 대전스포츠처럼 말이다.

이러한 무한 패러디를 통해 ‘웃음충전소’는 현실을 비트는 재미를 선사한다. 일상에 피곤이 몰려오는 주중 저녁 9시, 그 일상을 비틀어 웃음 한 가득 충전하는 프로그램, 바로 이것이 ‘웃음충전소’의 미덕이다.